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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경-지방대학의 위기와 국가 소멸-20210218 울산제일일보


△ 강혜경 울산 중구의회 행정자치위원장/생활환경학 학술박사


현재 2021년 대학입시 정시모집합격자 발표가 대학별로 진행되고 있다. 설 전에 마감된 정시 경쟁률을 보면 지방대학은 평균 3대 1을 넘긴 곳이 많지 않다. 정시의 경우 지원자가 대학 3곳을 지원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입학정원을 채우지 못한 대학이 많다는 의미다. 정시보다 앞서 치러진 수시전형에서 전국 200개 대학에서 3만 7천709명이 정시 모집인원으로 이월되었는데, 이 역시 대부분이 지방대학이다. 지방대학은 지금 입학정원을 채우지 못해서 대학 존립을 걱정하고 있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된 직접적인 원인은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 대학 집중화 현상이다. 먼저 학령인구 감소는, 2000년대 이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세계 최저 수준을 유지해 온 결과다. 1959년에는 한 해에 100만 명 이상이 태어났지만 60년 세월이 흐른 2019년에는 연간 30만 2천676명이 출생해서 3분의 1로 격감했고, 이마저도 2020년에는 처음으로 30만 명을 밑도는 27만 명대를 기록할 것이라고 정부 당국자가 밝히고 있다. 출산율로 따져보면 2018년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출산율이 1 미만인데, 같은 해의 OECD 회원국 평균 합계출산율은 1.63이라고 한다. 이렇게 출생인구가 꾸준히 감소하면서 급기야 2021년 대학입시에서 입학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이 속출하는 지경이 된 것이다.


2020년 10월 19일에 교육부가 공개한 2021학년도 대학 입학정원은 48만 866명이며, 수능 지원자는 49만 3천433명이었다. 수능 지원자 수는 2019년과 비교하면 무려 10만 1천491명이 감소한 데다 결시율 또한 14.7%로 1994년에 수능이 도입된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런 수치가 보여주는 결과가 대학입시 경쟁률 하락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수도권 대학 집중화 현상이다. 대학입시 경쟁률 하락에 따라 입학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과 학과가 생기는 곳은 수도권대학이 아니라 지방대학이기 때문이다.


충격적인 것은 필자가 대학에 들어간 1980년대 이전에는 연세대와 고려대 수준이던 부산대와 경북대조차 입학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학과가 나올까 걱정한다는 사실이다. 지역거점 9개 지방국립대 중에 대표 격인 부산대조차도 올해는 입학정원 미달을 걱정하고 있다고 듣고 있다. 부산대의 경우 최초 합격자의 약 75%가 이탈하고 있고, 지방 사립대의 경우는 대학평가에서 선두그룹에 드는 대학도 최초 합격자의 100% 이상이 상위 대학으로 빠져나가는 실정이다. 그런데, 신입생 충원뿐 아니라 재학생 이탈도 심각한 수준이다. 경북대의 경우 최근 5년간 자퇴생, 즉 중도 탈락자가 약 3천 명이라고 한다. 대학알리미 공시자료에 따르면 같은 국립거점대학인 부산대, 전북대, 경상대도 2017년부터 3년간 각각 1천600명 이상의 자퇴생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 자퇴생 대부분도 반수나 재수를 거치거나 편입을 통해서 수도권 대학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지방대학은 이제 모든 대학이 위기이며, 수도권 대학만 살아남게 되면 그 결과는 수도권 비대화를 더욱 가속시키고, 지방 소멸은 더욱 빨라지게 되는 것이 분명하다. 신입생을 충원하지 못하면 여러 가지 제도적 불이익을 당하고, 결국은 대학이 문을 닫는 구조다. 당장 입학 충원율, 중도탈락률 등의 지표가 기준에 미달하면 교육부는 으로 지정하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각종 재정지원사업 참여가 제한되고, 재학생들은 국가장학금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된다. 그밖에 다양한 정부 사업에 참여하는 길도 막히게 되기 때문에 결국 대학 경쟁력은 더욱 추락하고 학생들의 선택을 받는 기회도 함께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번 대학입시에서 지방사립대학은 2월 중순 현재 입학정원을 절반도 채우지 못하는 대학이 속출하고 있다. 실정이 이러하니 일부 지방대학 교수들은 20대 청년은 아예 포기하고 장년층을 찾아서 마을회관을 돈다고 한다. 고등학교 학력자면 나이를 불문하고 신입생으로 모시기 위한 입학정원 충당의 고육지책이다. 그래야 ‘재정지원 제한 대학’ 지정을 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정상적인 대학 운영은 포기한 것이다.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일부 악덕 사학재단과 같은 부실대학이 학생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교육부에 의해 퇴출당하기도 했으나 이제는 지방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명문 국립대학마저도 경쟁력 걱정이 아닌 대학 존립을 우려하고 있다. 특단의 조치가 없다면 우리나라는 대학 소멸을 필두로 국가의 존립을 걱정하는 날이 곧 닥쳐올 것 같다. 대학이 없는 지방도시, 20대 젊은이가 없는 지방대학을 두고 대한민국이 번영하고 발전할 것을 기대한다면 우리는 모두 헛된 꿈을 꾸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