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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옥-아름다운 유산으로 물려줄 태화강 국가정원 上-울산제일일보



△이상옥 울산시의회 환경복지위원장


절제된 삶, 불안함의 연속, 언택트 시대와 새로운 신조어가 우리의 일상생활을 감싸고 일상의 평범함마저 포기할 수밖에 없는 작금의 현실에 우리는 좌절하고, 또 절망한다. 하지만 봄·여름·가을·겨울의 4계절과 이를 다시 6등분으로 나눈 24절기는 세상이 어지럽든, 행복하든, 슬프든 태양의 운행을 따라 어김없이 우리를 찾아온다.



태화강 국가정원에도 봄이 오고 있다. 역사성, 상징성과 함께 제 이름을 찾은 ‘왕버들 마당’에서 노거수의 의연한 자태를 뽐내는 왕버들 가지의 끝에 돋아난 연두색 새잎도 봄이 오고 있음을 알리고 있다. 왕버들은 4~5월 잎이 생긴 후에 꽃이 피고, 암꽃과 수꽃이 딴 그루에 피어나는 ‘암수딴그루’로, 그 열매는 5월에 익는다.


멋들어진 왕버들을 지나 왕버들 마당 옆 ‘모네의 다리’로 발길을 옮기면 새까만 쇠물닭과 흰죽지검둥오리들이 먹이를 먹고 깃털을 가다듬으며 물놀이하는 모습이 시야에 잡힌다. 그 옆에는 부모와 함께 산책 나온 아이들이 책이나 TV를 통해서만 보던 광경이 마냥 신기한 듯, 행여나 달아날까 봐, 살금살금 다가가 환하게 미소를 짓는다. 자연과 생태를 몸소 체험하고 익히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은 우리의 소중한 자산이다. 그런 아이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은 우리 어른들의 몫이다. 어른들은 태화강을 찾아오는 그 숱한 새들에게도 다양한 서식환경과 먹이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식 절실한 메타세쿼이아


‘모네의 다리’는 프랑스 모네의 정원 ‘지베르니’를 떠올리게 한다. 모네의 정원은 ‘꽃의 정원’과 ‘물의 정원’ 둘로 나뉘어 있다. 계절에 어울리는 꽃을 심어 다양함과 화려함을 연출하는 2천400평 넓이의 ‘꽃의 정원’과 여름만 되면 다양한 수련이 물 위에 피어오르는 1천700평 넓이의 ‘물의 정원’이 그것이다.


하지만 태화강 국가정원 내 ‘모네의 다리’에서는 지베르니의 ‘꽃의 정원’ 모습도 ‘물의 정원’ 모습도 찾기 어렵다. 어딘지 조화롭지 못해 보인다. 그저 ‘모네의 다리’라는 이름만으로 방문객들에게 최면을 거는 것은 아닐까? 문제는 습지 주위를 에워싼 메타세쿼이아 48그루의 존재에 있다.


나무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메타세쿼이아를 낮추어 말할 생각은 없다. 다만, 습지 주변을 큰키나무들이 둘러싸고 있으면 수려한 외모가 풍기는 고유의 장점이 퇴색되는 느낌이 든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을 따름이다. 그리고 이 나무들이 습지에 그늘을 만드는 바람에 연못에서 자라는 수련의 생육을 방해하고 있다는 사실, 낙엽이 쉽게 썩지 않다 보니 그 아래에서 자라는 풀과 잡목의 생육까지 방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귀띔해 주고 싶은 것이다.


이뿐일까? 너무 큰 키 때문에 방문객 대부분은 습지를 제대로 볼 수가 없다. ‘모네의 다리’를 건널 때라야 비로소 물과 습지가 있음을 알아채는 것이다. ▶下편으로 이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