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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완-복지비용, 정부가 더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길…-20210322 울산매일



▲ 박태완 울산 중구청장 


지자체 복지예산 부담비율 적지만 비중은 커 자체사업 추진 곤란

정부는 책임 떠넘길 생각 말고 재정 악화 최소화 방안 강구 해야   

모든 지자체 본연의 역할 할 수 있도록 책임 있는 모습 보여주길 


복지비용, 정부가 더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길...


의·식·주의 해결조차 어려웠던 시절, 우리는 복지를 논할 수 없었다. 하지만 국민들의 노력으로 경제가 성장하고, 교육 수준도 향상되면서 이제 복지는 우리가 살아가는데 있어 당연히 존재하는 일부가 됐다.

복지(福祉)는 사전적 의미로 보면 ‘좋은 건강, 윤택한 생활, 안락한 환경들이 어우러져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상태’를 일컫는다.

이런 복지는 과거 세금을 내는 사람들의 ‘온정’에 의해 빈곤층이나 특정 상황에 놓인 이들에게 혜택을 주는 선별적 형태의 서비스였다. 이 때문에 온정을 베푸는 이들의 생각이나 기준에 따라 수혜자들의 범위와 지원 수준이 결정되곤 했다.

이제 복지는 일부의 선별된 사람들에게만 베풀어지는 특별한 혜택이 아닌, 누구에게나 부여된 ‘권리’로서 모두가 향유할 수 있는 보편적인 형태로 확대되고 있다. 물론, 그렇게 보장해야 할 권리의 범주가 어디까지냐에 대해서는 경제 규모나 의식수준 등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어떤 형태든 복지라는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돈 즉, 예산이 든다는 것이다. 또 그 예산이라는 것이 국민의 세금으로, 무한정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 복지 수요가 빠르게 증가되고, 복지 제도도 강화되면서 복지 관련 예산은 기하급수로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가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늘어나는 예산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나눠서 부담한다는 사실이다. 현재 국비와 지방비 분담 비율은 기초연금이 70:30, 보육료와 양육수당 75:25, 아동수당 80:20, 국민기초수급자는 90:10다. 모든 복지 예산 분야에서 국비의 비율이 높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세금 분배 구조상 지자체가 가지는 자체세입은 정부에 비해 너무나 적다.

특히, 우리 중구처럼 기업체가 적어 자체세입이 아주 작은 지자체는 재정자립도와 재정자주도가 모두 낮아 이처럼 작은 비율에도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들어오는 돈인 자체세입은 정해져 있는데 복지 관련 예산은 계속해서 늘어나야 되기 때문이다.


올해 울산광역시의 4조원 예산 중 복지 분야 예산은 1조2,000억원으로 30% 가량이다. 중구는 3,900억원 가운데 56%인 2,200억원이나 복지 예산으로 편성돼 있다. 반면, 우리나라 본예산 558조원 가운데 사회복지분야 예산은 기초생활보장과 공적연금, 노인 등 75조로 13% 수준에 불과하다. 비율은 지자체가 적은데 예산의 비중은 훨씬 커 자체사업 추진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게다가 정부는 올해부터 생계급여의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했다. 이 경우 연간 약 7,300억원이 추가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중 지방비는 약 1,300억원이나 된다. 장애인연금과 기초연금 30만원 지원의 대상자도 소득하위 70%까지 늘리면서 1조8,298억원을 증액 편성했다. 관련 비율에 따라 결국 또 다시 지자체의 부담은 자연스럽게 늘어나게 된다. 우리 중구처럼 자체세입이 부족한 지자체는 결국 일부 구민들에게 지원되는 복지비용에만 예산을 투입하다가 지역에 맞는, 모든 구민을 위한 정책은 시작조차 할 수 없는 지경에 처할 위기다. 이는 기초 지자체가 존재해야 할 이유가 사라지는 것과도 같은 심각한 문제다.


이달부터 시행되는 아동학대와 같은 복지 분야는 예산부터 운영까지 지자체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형국이어서 걱정이 더 크다. 일선에서는 벌써 정부는 말로만 일을 하고, 지자체가 예산 부족과 사업 추진 과정에서의 부담을 모두 책임지고 있다는 자조 섞인 말까지 들려온다. 이미 자체예산이 부족해 직원들의 인건비마저 늘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추가로 전문가를 모집하고, 관련 직원들을 더 확보해 주민들의 욕구에 맞게 운영해야 하는 상황을 상상해보면 벌써부터 눈앞이 캄캄하다. 구청장군수협의회 등을 통해 유사한 어려움을 겪는 지자체들의 의견을 정부에 전달하고, 더 많은 지원이나 보완을 요청해 상황을 이겨나갈 것이다.

이런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많이 나아졌다곤 하지만 여전히 최일선에서 복지를 주민에게 제공해야하는 기초지자체로서는 힘들기 그지없다. 더 이상 근원적인 문제를 외면하고 기초 지자체에 책임을 떠넘겨서는 안 된다. 결국 정부가 책임 있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인구의 고령화와 다양한 국민들의 복지 욕구 등으로 인해 기초연금액 등이 상승하면서 지방비 부담액이 늘어나고, 그로 인해 지자체의 재정 여건이 악화된다면 그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복지 관련 예산의 비율을 높임으로써 법정 의무지출인 기초생활보장 급여나 기초연금, 장애인연금 등에 대해서는 책임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그래야만 이번 정부가 출범 당시 강화하겠다던 지방분권도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 모든 지자체가 각자의 사정과 여건, 환경 등에 맞춰 기초 지자체로서의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정부가 더욱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