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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봉-공정과 정의의 근간 흔든 ‘LH의 부도덕’-20210325 울산매일



△ 신성봉 울산광역시 중구의회 의원·역사학 박사


정보 도둑질로 반사회적 투기 벌인 범죄 행위

울산도 혁신도시 조성하며 수많은 논란 야기

공직사회 부정부패 파헤쳐 송두리째 뽑아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의혹이 일파만파 번지며 공직사회의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경제용어 중 하나인 ‘도덕적 해이’는 정보를 가진 측이 정보를 가지지 못한 측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취하는 것을 말한다. 즉 LH 직원들이 일반시민들이 모르는 정보를 자기네들끼리만 알고 은행 대출까지 받아 투기에 나섰으니, 공적인 정보를 이용해 사익을 취한 점에서 충분히 ‘도덕적 해이’로 비춰볼 수 있는 문제다. 하지만 공정과 정의를 담보로 국민의 신뢰를 받아야 할 공직사회가 앞장서 정보 도둑질 행위로 반사회적 이익과도 같은 투기를 벌인 행위는 도덕적 해이를 넘어 심각한 범죄 행위로 지탄받아 마땅할 뿐만 아니라 엄벌에 처해야 한다.


우리 사회는 열심히 공부해 ‘고시’라는 과정을 거쳐 선발된 엘리트 관료들에게 상당한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소위 길거리에서 붕어빵 하나 팔고 싶어도 공무원으로 지칭되는 관료집단으로부터 온갖 인허가를 받아야 한다. 관료들에게 그렇게 큰 힘을 주고서도 정작 국민들이 믿을 구석은 관료집단 스스로가 내부적으로 갖춰야 할 ‘목민심서’라는 도덕성 하나뿐이다.

이번 LH사태는 본인들이 깊이 **고 또 새겨야 할 목민심서 구절 대신 공공기관 내부정보를 이용한 반칙으로 단기간에 부동산 부자가 되려한 불공정, 부도덕의 끝판을 보여준 셈이다.

공정은 균등한 기회와 여건 속에서 능력과 노력에 따라 공평하게 결과를 향유하는 것을 의미한다. 땀 흘려 노력한 만큼 합당한 결과가 주어지는 사회, 우리가 지금 살아가는 현대사회가 반드시 갖춰야 할 덕목이다.


결국 능력과 노력에 따라 공평하게 주어지는 결과물은 공정한 과정에서 얻는 정의로운 결과물인 셈이다. 정의는 건물을 지탱하는 기둥과 같아서 그것이 없어지면 건물이 무너지듯 사회도 무너진다.

공정의 룰이 깨지면 불평등이 심화되고 정의대신 그 자리에 양극화가 들어서 사회 시스템 전체가 무너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공직이라는 자리를 이용해 돈벌이에 나서는 것은 주권자가 위임한 권한을 사익을 위해 악용하는 중범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이미 LH는 울산에서도 혁신도시 조성 과정에서 수많은 논란과 문제를 야기 시키며 우리 시민들과는 오랜 ‘악연’을 이어오고 있다. 그 대표적 사례가 지난 2016년 태풍‘차바’로 인한 수해 피해다.


당시 태풍 ‘차바’로 인해 중구 태화·우정시장 일대가 최악의 침수피해를 당했고 그 원인을 놓고 우수저류조(빗물저장시설) 등 혁신도시의 재난방지시설 부족 때문이라는 공방 속에서 결국 시장 상인과 주민 168명이 LH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려 4년 5개월간의 법적 분쟁 끝에 최근 1심에 이어 2심 재판부도 침수피해의 책임이 LH에 있다는 점을 인정한 바 있다. 이에 법원은 LH가 소송에 참여한 주민들에게 22억6,000여만원의 배상금을 지급할 것을 선고를 했다.


하지만 LH는 이번판결로 책임이 끝나지 않았음을 알아야한다. 피해 자료를 만들기 어려웠던 노점상분들, 소송비용을 마련하지 못한 상인들, 여러 가지 사정으로 소송에 참여 하지 못한 피해 주민들에게도 배상을 해야 될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LH는 울산혁신도시 조성 과정에서 턱 없이 부족한 재난방지, 협소한 도로 뿐만 아니라 부실시공 논란으로 혁신도시 이미지를 추락시킨 반면 공기업 내부적으로는 최대 3,000억원 수준의 막대한 수익을 거둬들이며 “국가공기업이 지역에서 땅장사 한다”는 오명과 주민들의 불신을 초래하지 않았는가?


어쩌면 울산혁신도시 조정과정에서도 LH 내부 직원들이 광명·시흥 신도시 투기처럼 유사한 형태의 투기행위를 벌였는지 모를 일이다. 문제는 지금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든 투기 의혹과 함께 태풍‘차바’로 인한 수해책임의 일부가 법적으로 밝혀진 상황에서도 LH는 진심어린 사과나 반성 따윈 안중에도 없다는 점이다. 본인들의 부도덕한 행위로 인한 우리 사회의 공정과 정의라는 근간이 흔들리며 송두리째 뽑힐지도 모를 중차대한 위기 상황에서도 LH는 국가공기업의 가면 뒤에 숨어 지금의 혼란을 ‘잠시 지나가는 비’처럼 여기고 있다면 큰 오산이다.

이번 기회에 공직사회의 부정부패를 모두 파헤쳐 송두리째 뽑아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