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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완-코로나19 시대, 사색의 힘으로 상승 에너지 만들자-20210329 울산신문



“다들 힘드시지요?"

 

어느 외국인에게 한국 생활에서 인상 깊었던 점이 무어냐고 질문했더니 “밥 먹었니?"란 인사였다고 합니다. 전쟁의 폐허에서 오로지 먹고사는 걱정이 전부였던 시절을 견디어 온 부모 세대들로부터 비롯된 이 말에 함축된 뜻은 그 시대를 겪었던 이들에게 밥을 먹는 것이 얼마나 큰 위로의 인사였는지를 느낄 수 있게 합니다.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며 힘겹게 숨 쉬고 있는 우리는 “다들 힘드시지요?"라는 말이 전시의 위로 인사처럼 되어버린 외롭고 쓸쓸한 고독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직장인 중구청에서 신규 공무원들이 입사했을 때 그들을 보내주시던 부모님께 감사의 인사를 건네며 느꼈던 기쁨도, 떠나가는 직원에게 송별회를 통해 감사의 마음을 전할 수도 없습니다. 어머니 같은 상인들의 손을 잡고 따뜻한 온기로 안아드렸던 그 시간이 그리운 건 비단 저 혼자만의 아쉬운 마음은 아닐 것입니다.

 

핵가족화로 일 년에 한두 번 겨우 만날 수 있던 우리 고유의 명절조차도 손주를 걱정해 절대 오지 말라고 손사래 치는 부모님의 애끓는 마음을 바라만 봐야 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입니다. 

 

여전히 하루에도 수많은 생명이 감염병으로 인해 세상을 등지고 있는 상황에서 생명부지만으로도 감사해야 하겠지만, 끝나지 않는 작금의 힘든 상황은 모두가 과거의 일상 속 행복을 그리워 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이처럼 코로나 시대는 많은 변화를 불러왔습니다. 우리에게 철저한 홀로서기와 단절을 요구했습니다. 친구, 직장, 여행, 식사, 취미 등 많은 시공간은 물론, 집합금지 등으로 인해 사람과 사람 간의 단절도 강제하고 있습니다. 모두에게 너무나 힘든 강요가 여전히 지속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사색입니다. 바쁘게 살아왔던 시간, 많은 사람들과의 만남, 활동으로 끊임없이 외적인 활동에 매달려야 했던 시간을 오히려 강제 당함으로써 만들어진 혼자만의 시간은 사색의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사색은 생각하는 것이자 생각하는 습관입니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사색하는 삶을 최고의 행복으로 여겼습니다. 철학에서 우리에게 제시하는 가장 이상적인 인생의 모습도 '사색하는 삶'입니다. 시간의 연속인 삶에서 생각하지 않는, 즉 사색이 없는 삶은 그저 흘러가는 무의미한 시간에 불과합니다. 

 

홀로서기를 강요받고, 단절될 수밖에 없는 작금의 상황은 우리는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나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며 또 내면에서 진실하게 원하는 목소리도 들어볼 수 있는 시간의 여유를 강제로라도 갖게 만들었습니다. 사색은 달리는 자에게 머물지 않고, 혼자만의 조용한 시간을 요구하기에 어쩌면 지금의 코로나 시대에 꼭 해야만 하는 일일 것입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일은 나 자신을 다듬고 내 삶에 의미를 부여해 결국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결정함으로써 삶의 모습을 변화시킬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 시간을 그저 힘들고, 답답하다며 한탄만 하면서 흘려보낼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정화하고 이겨낼 수 있도록 스스로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사색의 힘을 키우는 시간으로 만들어가야 합니다.


최근 전국적으로 백신 접종이 시작됐고, 우리 중구도 예방접종센터를 개소해 접종 준비를 철저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대상자들이 백신을 모두 접종하고 집단면역이 형성되면 코로나19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하루빨리 그날이 찾아와 일상이 회복되기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바라 마지 않습니다. 하지만 접종이 시작되어도 모두가 접종을 하는 데는 여전히 시간이 걸립니다. 또 접종이 끝난다고 하더라도 예전의 삶의 형태로 돌아갈 수는 없을 것이라는 것이 많은 분들의 견해입니다.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우리는 코로나19로 변화된 시대에 적응하며 또는 그 변화를 딛고 개척해가며 살아가야 합니다. 

 

코로나19로 1년여 동안 겪었던 외로움과 단절 등 절망의 부정적인 기운에서 벗어나 긍정적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의미 있고 삶의 가치가 회복되는 사색의 시간들을 지금이라도 꼭 가지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