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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경-역경의 울산, 누구에게 책임 있나-20210406 울산광역매일



▲ 강혜경 울산 중구의회 행자위원장


흐드러지게 피었던 벚꽃도 꽃비와 함께 내년을 기약하며 스러져 간다. 올해는 꽃구경 한번 못했다. 그저 오가는 길에 흐드러진 벚꽃을 보며 ‘봄인가’ 했다. 선거운동 하느라 새벽같이 집을 나서는 날이 벌써 며칠째 인지 모르겠다. 흔히 선거를 ‘민주주의 꽃’이라고 한다. 꽃들이 흐드러진 이 봄날에 꽃구경은 해보지도 못하지만, 민주주의를 꽃피우기 위한 선거운동에 오늘도 나선다.


우리나라도 정부가 수립된 1948년 이후 많은 선거를 시행했다. 그러다 보니 유권자가 선택한 대통령, 국회의원, 시장, 군수가 ‘별처럼’ 많다. 제법 오래된 이야기지만 그 중에는 민주주의라는 허울만 쓰고 치른 선거에서 당선된 이들도 적지 않다. 고무신 선거, 막걸리 선거라는 말도 들어 봤고, 현금봉투 뿌린 이야기는 이런저런 선거 때면 항상 등장하는 단골 메뉴였다. 정치에는 2등이 없기 때문에 금전살포야말로 유권자의 지지를 얻는 보증수표라고 여겼던 듯하다.


지난 3년을 돌이켜 보면 초선 구의원이 마음속에 간직했던 꿈이 마치 이 봄에 떨어지는 벚꽃과 같다. 그 해 봄에도 벚꽃은 얼마나 화사하게 피었던가. 그리고 풀뿌리 민주주의 초입에서 밤잠을 설치며 많은 꽃을 피우지 않았던가. 그런데 지금 4·7 울산 재보선을 앞두고 길거리에서 선거운동을 하다보면 서글프고 자괴감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인사를 건네면 무시하는 것은 다반사이고 심지어 드러내 놓고 경멸하는 표정을 지으며 ‘빨갱이’라고 욕하는 사람도 있다. 벚꽃에 ‘빨갱이’가 있고 ‘노랭이’가 있고 ‘하양이’가 따로 있단 말인가. 이 봄날 온 누리에 넘쳐나는 벚꽃에 그런 별칭을 처음 붙여준 사람들은 과연 누구일까.


이런 상황에 처하다 보면 정치 선배와 동료 정치인들에게 따지고 싶고 호소하고 싶은 것이 있다. 왜 우리가 서로 꽃 이름에 얽매여 봄 길을 더듬으면서 휘청거려야 하느냐고. 정치 선배들의 이분법이 그리고 이를 물려받은 우리들이 스스로에게 생채기를 내고 있는 것이 아니냐고. 그리고 이 봄 꽃들이 모두 자취를 감추기 전에 또 다른 봄을 준비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되묻고 싶다.


조선왕조는 518년간 27명의 왕이 나라를 다스렸다. 그중에는 연산군 같은 폭군과 무능한 임금도 있었지만 세종이나 성종, 영조, 정조 같은 성군도 있었다. 시대에 따라, 내외 여건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었지만 군주 한 사람의 유능과 무능에 의해 나라사정과 백성들의 삶은 ‘하늘과 땅’ 차이었다. 사람 사는 세상은 바로 그 사람들에 의해 지옥이 될 수도, 또는 그 반대가 될 수도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조선 500년을 넘어, 광복 80주년을 몇 년 앞둔 우리는 어떤가. 그리고 한국 근대화의 선두주자로 ‘산업수도’라고 자칭하는 우리 울산은 어떤가. 지금 울산이 겪고 있는 많은 어려움도 단체장이나 국회의원 같은 리더들이 나서면 풀어낼 수 있는 부분들이 한둘이 아니다. 빨강, 노랑, 하양부터 따질 게 아니라 주민들의 삶을 우선순위에 두면 정치인을 향해 손가락질 하는 사람들이 크게 줄어들 게 분명하다. 그래서 이번 재보선은 민주주의 꽃을 넘어 울산의 번영과 발전을 약속하는 길이 돼야 한다.


울산은 홀로 고생해서 가난한 집안을 일으킨 장남이나 큰딸과 같다. 봄이면 먹을 것이 없어 초근목피로 끼니를 때우던 시절, 인구 8만의 작은 시골도시 울산은 대한민국 국민에게 ‘신라의 번영’을 재현하고 자손만대의 번영을 약속하는 '희망의 땅'으로 떠올랐다. 그런데 지금 울산은 푼푼이 모은 돈을 죄다 ‘서울의 번영’에 보태고 나이 60에 골병든 제 몸 하나 건사하지 못해 이리저리 뒤척이는 중이다. 부모세대에 축복이었던 일자리는 낙후산업의 기피직업 대명사로 변했고 울산이 창출했던 ‘국내 1호’ 기록이란 기록은 모조리 빛바랜 옛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그동안 울산을 재도약 시킬 시간도 기회도 있었지만 정치인들이 권력의 독주에 취해 정치인으로서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울산을 어디로 끌고 가야 하는지 스스로 방향을 알지도 못했고, 알아보려고 노력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결국 ‘배가 산으로’가는 형국에 이르렀다.


울산에는 이제 젊은이들이 찾는 좋은 일자리가 없다. 단적인 예가 코스닥 상장 기업 수다. 양질의 일자리라고 할 수 있는 상장기업 1천 500개 가운데 울산에 있는 기업은 단 10개 뿐이다. 전체의 0.7%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상장 기업은 서울·수도권에 있다. 인근의 부산·대구·경남은 그래도 각각 38개, 34개, 49개씩이다. 그런데 겉은 여전히 번드르르하다. 2019년 울산 지역 총생산(GRDP)이 전국의 4%를 차지하고, 1인당 GRDP도 전국 1위로 6천500만원이라고 한다. 빛 좋은 개살구다. 대한민국 최고 최대 산업도시의 역설이다. 이에 대한 종국적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땀 흘리며 희생한 시민들에게 있는가. 아니다. 배가 산으로 올라갈 때까지 멍하니 바라만 본 정책입안 관료, 정치인 그리고 자신들의 이익만 추구한 기업인들의 공동 책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