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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권-코로나19와의 전쟁, 그리고 영혼 있는 공무원-20210407 경상일보


▲ 이동권 울산 북구청장


우리 구 직원들은 필자의 메모를 자주 받을 것이다. 보고서 뒷면이나 신문스크랩 여백에 급히 쓴 이런 메모는 직원들에게 달갑지 않을 게 분명하다. 언론에 보도된 다른 자치단체 정책들을 우리 구정에반영할 수 없는지, 주요 민원사항 해결책은 어떤 게 있는지 등을 검토해 보라는 내용부터 우리 지역 발전에 필요한 조언까지 메모의 종류는 다양하다. 필자의 메모가 곧 직원들의 업무로 이어지는 것을 잘 알고 있어 요즘은 담당 직원들에게 메모를 전달하는 것이 미안할 때가 많다. 코로나19 감염병 사태로 직원들의 업무가 상당히 늘어났기 때문이다. 본인의 기본업무 외에 자가격리자 일대일 모니터링, 방역활동, 재난지원금 지급, 행정명령에 따른 다중이용시설 점검, 예방접종 지원까지 추가된 업무가 여러 가지다.


3월 초 지역 내 사우나를 시작으로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첫 확진자 발생 이후 며칠 동안 두 자릿 수의 확진자가 연이어 나왔다. 필자를 비롯한 직원들 모두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 확진자 발생이 늘어날수록 자가격리자 수도 증가했다. 자가격리자 관리 전담공무원들도 바빠졌다. 모니터링 인원은 1인 1명에서 2명까지 늘었다. 주말이라고 예외는 없었다. 주말에도 자가격리 모니터링 배정이 되면 자가격리자 집을 방문해 생필품을 전달하고, 격리장소를 벗어나지는 않는지 등을 확인했다.


지난 2월에는 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울산형 재난지원금 지급 업무에도 나서야 했다. 또 울산시 행정명령에 따라 저녁에는 음식점 등을 점검하고, 주말에는 종교시설을 둘러봐야 했다. 코로나19 예방접종이 시작되면서 접종 동의를 받는 일부터 접종센터 지원 업무에 투입되는 인원도 적지 않다.


울산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지 1년이 넘었다. 감염 확산의 고비마다 행정조치가 이뤄졌고, 그 복판에 공무원들이 있었다. 지난 1년 동안 직원들은 이렇게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 코로나19 감염상황이라고 코로나19 업무만 할 수는 없었다. 동해남부선 신설역 광역철도 연장추진이나 도심융합특구 유치 같은 지역발전을 위한 굵직한 성과도 내야 했다.


연초에는 8개 동 순회방문이 시작돼 주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민원현장을 둘러봐야 했다. 코로나19 감염상황이라고 생활 속 민원이 없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엄중한 코로나19 감염 확산 상황에서 방역지침을 지키며 업무를 쳐내가는 자체가 고단한 일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지역사회는 감염 확산방지 최일선에 있는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에게 더 깐깐한 방역기준 준수를 요구했다. 이에 따라 직원들은 지난 1년 동안 본인의 사생활을 내려 놓고 철저하게 자기 관리를 하며 고충 아닌 고충을 겪어야 했다.


누군가는 감염병 위기라는 국가적 비상사태에서 공무원이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필자가 이렇게 글을 쓰는 것은 우리 직원들이 잘 하고 있다는 자랑도 아니고, 칭찬을 해 달라는 이야기도 아니다. 다만 지금의 상황과 현실적 고충을 전하고 이해를 구하고자 하는 것이다. 때때로 공무원들은 ‘영혼이 없다’는 비아냥을 듣는다. ‘영혼 없는 공무원’은 신념 없이 시키는 일만 하는 공무원을 빗대 하는 말이다. 과연 우리 직원들은 지금 ‘영혼 없이’ 업무를 하고 있을까. 최근 1년 사이 내가 본 직원들 중에는 그런 사람이 없다는 것은 확실하다. 물론 밀려드는 업무에 비자발적으로 영혼을 털린(?) 직원이 있을지는 몰라도. 지금도 ‘영혼을 털어’ 근무하고 있는 ‘영혼 있는’ 우리 직원들을 응원한다. 코로나19 확산방지 최전선에서 지역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긍지로 올 한 해도 변함없이 자신의 자리를 지켜주리라 믿는다. ‘고생한다’는 구청장의 말 한마디보다 주민들의 이해와 협조가 직원들에게는 더 힘이 된다. 자가격리 모니터링 공무원에게, 전화 민원 응대 공무원에게, 방역활동을 하고 있는 공무원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 주셨으면 하는 작은 바람을 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