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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완-마을교육공동체와 함께한 혁신교육-20210415 울산제일일보



△ 박태완 울산광역시 중구청장


코로나19는 교육현장에 나무 한 그루를 살피는 섬세함과 숲 전체를 보는 혜안을 함께 요구했다. 비대면 교육으로 연속성을 이어나갔지만, 언제까지 제약된 상황에서 소통해야 하는지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아이들은 친구나 학교, 학원 등 여러 곳에서 사람과 만나고 호흡하는 가운데 사회성을 몸에 익힌다. 성장을 위한 또 다른 해결책이 그래서 필요했다.


수도권에서는 주민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마을교육’이 10년 전부터 시작되었다. 마을교육은 민·관·학이 협력하는 새로운 교육모델이다. 공교육과 사교육이라는 2가지 보기에서 제3의 선택지가 생긴 것이다. 이런 사실은 사소하게 여겨질지 모른다. 하지만 교육을 중시하는 우리나라에서 공·사교육이 아닌 또 다른 선택지가 생겼다는 것은 아주 대단한 일이다.


마을교육은 민·관·학의 단순한 결합만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협업 관계망을 통해 공동체가 교육현장으로 뛰어들어 아이들을 위한 환경을 만들어가는 것이 바로 마을교육이다.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는 강한 자생력과 교육역량을 키우는 선순환 생태계의 지름길이 된다.


주민들의 참여는 그동안 지역사회와 학교의 갈등을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선생님들은 학교에서 아이들을 잘 키워내기 위해 교과서 지식만 알려주는 게 아니라 봉사, 창의, 진로활동과 같은 교과 외 활동에도 주력해왔다. 그러나 한정된 인력은 ‘업무 과중’으로 이어졌다. 전달 교육이 아닌 경험 교육, 상호작용 교육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는 지금,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게 된 것이다.


이 문제에 공감한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책 속에서 배운 것들을 주변에서도 체험할 수 있게 든든한 지원자가 되어주었다. 그 덕분에 학생들은 더 재미있고 신나는 교육을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또 조손(祖孫)가정이나 맞벌이 가정, 다문화 가정 등 새로운 형태의 가정 속에서 학습이 더디던 아이들도 돌볼 수 있게 되었다.


학부모 마을교사들은 때로는 형, 이모, 할머니, 삼촌이 되어주었고 때로는 친구가 되어주었다. 내 주변에 있어서 믿음직하고, 찾으면 언제나 내 옆에 있다는 확신은 든든한 보호막이었다. 삶과 앎이 일치하는 교육이 가능해졌고, 그 속에서 믿음을 가지며 성장할 수 있게 되었다. 마을교사들을 만난 아이들은 자연스레 자신의 주변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러한 관심은 아이들에게, 문제가 생기면 해결하려 하고, 나아가 문제를 찾아내서 필요한 곳에 도움을 주는 주도성을 심어주기도 했다.


문제를 해결해본 성공적 경험은, 비록 개인에서 출발했다 하더라도, 소통과 협업을 통한 단체활동으로 이어지면서 공동체의 성공을 이끌어내게 된다. 이러한 성공의 경험과 ‘함께 참여한다’는 동기는 더 큰 차이를 만들어 내고, 그 차이는 지역의 경쟁력 차이로 나타나게 된다. 어떤 일에 동기가 주어지면, 그냥 주어진 것을 해결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애정을 갖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2019년부터 시작한 우리 구의 혁신교육 사업은 올해로 만 두 살을 맞았다. 이름이 낯설고 생소할 수도 있는 ‘혁신교육’을 울산에서는 우리 중구가 최초로 도입해 기반을 다져가는 중이다. 중구 원도심에 던져진 혁신교육의 돌멩이는 이제 찬찬히, 울림이 있게 마을교육공동체에 스며들 것이다.


혁신교육에서는 ‘아이 함께 키우기’라는 공동체의 비전과 가치를 실천하는 주민들을 마을교사로 만들었다. 또 마을교육협의회는 상황과 여건에 필요한 것들을 찾아온 마을을 학교로 만들었다. 그 덕분에 세대화합 체육대회, 국가정원과 연계한 코로나19 대응 안전화분 식물 심기, ‘경제’ 주제 경제놀이와 가족과 함께하는 경제교육도 진행할 수 있었다. 청소년 홍보대사를 양성하기 위해 중구의 과거·현재·미래를 경험하는 체험 활동이 펼쳐졌고, ‘도심 속 텃밭 가꾸기’를 주제로 한 혁신교육도 실천할 수 있었다.


바야흐로 경제도, 자치도, 예산도 주민이 빠지지 않는 ‘주민참여’ 시대가 열리고 있다. 교육사업이 ‘함께’의 가치를 실현해 나가게 된다면, 우리 구는 특별하면서도 차이 나고 경쟁력 있는 ‘최고의 교육도시’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