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민주당

내용 바로가기

강혜경-아파트의 미래-20210426 울산제일일보



△ 강혜경 울산 중구의회 행정자치위원장, 생활환경학 학술박사


우리나라의 출생아 수는 1959년 유사 이래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었다. 하지만, 불과 60년 만에 30만명 아래로 줄어들고 저출산율 세계 1위가 되면서 인구감소, 인구절벽을 걱정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평균연령이 다른 지자체보다 비교적 젊은 우리 울산에서도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울산시는 광역자치단체로 승격한 이후 연평균 1% 정도의 인구증가율을 꾸준히 보여왔다. 그러나 2015년 후로는 빨간 불이 켜졌고, 그런지 5년이 넘었다. 거의 65개월 연속 인구가 줄어들자 120만으로 소개되던 울산 인구는 이미 110만 명대로 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구감소 현상에 브레이크를 걸거나 인구를 늘리기 위한 특단의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서서히 데워지는 물속에서 죽어가는 개구리 같다고 하면 심한 비유일까.


울산은 크게 보아 근본적인 몇 가지 고질병을 안고 있다. 첫 번째, 도시 인구 규모보다 산업단지가 너무 넓다. 두 번째, 국내 최대의 노후 화학공단이 도심에서 너무 가까운 곳에 있다. 끝으로는 도시 행정구역 가운데 떡하니 자리 잡은 그린벨트의 존재다. 모두 우리 정부가 결정한 것으로, 한때는 울산을 키워준 축복의 선물이었지만 지금은 골칫덩이로 전락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미래의 골칫덩이가 될지도 모를 아파트가 문제다. 급격한 인구감소와 고령화, 이미 30%를 넘은 1인 가구 확대 등 인구 관련 3대 추세를 고려하면 지금도 인기리에 분양되고 있는 4인 가족용 30평형대 고층 아파트단지가 가장 위험하다. 지금 울산 시내를 돌아보면 다운지구 같은 신개발지와 중구 구시가지 일대의 재개발, 재건축 아파트단지를 막론하고 전 시가지의 아파트화가 진행되고 있다.


1970년대 이후 아파트는 우리나라 중산층의 상징이요 불로소득의 보증수표였다. 이런 구조는 정부 정책으로 조성되었고, 개인의 욕망으로 완성되었다. 모델하우스만 보고 계약하는 선분양제는 은행 부채를 안고 시작되는 내 집 마련인 데다 항상 가수요가 따라붙고, 분양 원가를 알 수 없는 특수한 토양 속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해 왔다. 본래 주택시장은 각 지역 단위로 수요, 공급이 맞추어졌지만, IMF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이른바 ‘브랜드 아파트’가 전국을 석권하고 있다. 주택시장은 완전히 거대자본과 대형 건설사의 지배 아래로 들어갔다. 전국적 투기가 일어나는 것도 이런 구조에서 나타나는 현상일 뿐이다.


여기에다 최근의 아파트 가격 폭등은 젊은이들의 희망을 꺾고, ‘영끌’, ‘똘똘한 한 채’ 같은 유행어까지 만드는 지경이 되었다. 전문가들은 아파트 가격의 폭등 원인을 풍부한 유동성, 저금리, 아파트 공급 부족에서 주로 찾으려고 한다. 맞는 분석이지만, 핵심이 빠졌다. 사람들이 아파트만 찾는 이유는 언급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논리는 굳이 아파트만이 아니라 이익이 담보되는 어떤 것에도 적용할 수 있다.


2019년 현재 울산시의 주택보급률은 111.5%이고, 전체 주택 수에서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율은 58.7%다. 아파트에 대한 무한신뢰와 가수요는 허상일 뿐이다. 인구가 줄어드는 속도와 인구구조가 바뀌는 속도는 엄청난데, 눈앞의 이익만 *아서 아파트만 지어대면 어쩌자는 건지, 지금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울산 시내 곳곳의 아파트화는 도시의 숨통을 조여 오기만 하는데 이것을 어찌 해결할 것인지, 누가 대답 좀 속 시원히 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