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민주당

내용 바로가기

문희성-식도락(食道樂)을 담은 태화강국가정원을 꿈꾼다-20210430 경상일보



▲ 문희성 울산 중구의회 의원


“여기 식사는 어디서 하면 좋은가요?”


태화강국가정원을 찾았던 한 관광객으로부터 받은 질문이다. 국가정원의 빼어난 경치에 반해 울산을 찾은 이 관광객은 정작 식사시간이 되자 주변을 둘러봤지만 마땅한 장소를 찾지 못했다고 한다. 대부분이 프랜차이즈 식당이거나 어디를 가도 쉽게 접할 수 있는 평범한(?) 메뉴만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이 관광객은 울산 중구에서만 맛 볼 수 있거나 태화강국가정원을 기억할만한 먹거리를 찾았지만 결국 포기하고 발걸음을 돌렸다는 후문이다.


지난해 공공데이터포털에 따르면 울산 5개 구·군 관광지 41곳을 선정·분석한 결과 2017년부터 매년 20%를 상회하는 방문객들이 태화강 주변 관광지(국가정원과 십리대숲, 태화루, 태화강동굴피아)를 다녀간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지난 2019년 대한민국 제2호 국가정원으로 지정된 이후 태화강국가정원은 이제 중구는 물론 울산을 대표하는 관광지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 탓에 단체 관광객의 발길이 잠시 주춤하다. 하지만 꽃향기 가득한 봄·가을은 물론이거니와 여름과 겨울 사계절을 가리지 않고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질 않고 있다.


문제는 태화강국가정원을 대표할만한 먹거리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태화강국가정원에는 지난 1983년부터 형성돼 무려 38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먹거리단지가 있다.


태화강국가정원길 2㎞ 구간에 걸쳐 140여곳의 음식점이 자리 잡고 있는 먹거리단지는 각 점포마다 고유 번호를 갖고 있어 처음 방문한 외지인도 찾기 쉽고 설명도 수월한 것이 장점이다. 다만 최근 음식점의 상당수가 어느 관광지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프랜차이즈 식당이거나 카페 등이 주를 이루고 취급 메뉴 역시 어디에서나 쉽게 맛볼 수 있는 수준에 머무르는 것이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우리가 흔히 ‘식도락 여행’이라고 부르는 것은 바쁜 일상 속에서 여행지의 맛집을 찾는 현대인의 소소한 재미를 담고 있다. 식도락을 통해 사람들은 맛은 물론 눈과 코로도 만족감을 얻는다. 게다가 음식에 담긴 재미난 이야기는 추억이 된다. 이는 곳 관광지의 이미지로 투영되는 효과로까지 이어진다.


결국 지역관광지와 연결되는 특색있는 음식은 새로운 트렌드를 형성한다. 단순히 음식이 가진 경제적 가치를 넘어 관광지와 연계된 소중한 자산으로 활용될 수 있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지역의 문화·관광산업과도 이어져 관광객들의 재방문을 유도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태화강국가정원에는 ‘십리대숲’이라는 전국에서도 보기 드문 대나무 자생군락지를 갖고 있다. 울산시는 매년 십리대숲의 생육환경 제고를 위해 고사했거나 노령인 대나무를 솎아내는 유지관리에 나서고 있다. 특히 시는 솎아낸 대나무를 국가정원 조형물이나 휴게용 의자 등으로 만들거나 우드칩으로 재활용 하고 있다.


솎아내는 대나무를 음식과 접목해 보면 어떨까. 4월 중순부터 고개를 내미는 죽순은 불과 15~20일이면 다 자라고 초여름까지 하루 1㎝씩 자라는 왕성한 생장력의 식물이다. 동의보감 신농본초강목 등에 따르면 대나무의 단면을 자른 안쪽 얇은 막인 ‘죽황’은 한약재로 쓰이고 대나무 수액을 농축한 ‘죽력’은 해열과 이뇨, 혈당·혈압 강하 등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대나무 군락지로 유명한 전남 담양 등지에서도 오래전부터 대나무 통을 이용한 다양한 요리가 선보이고 있다. 담양을 찾는 많은 관광객들이 필히 먹어보는 대표음식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우리 중구 역시 십리대숲에서 나오는 대나무를 활용해 대나무통밥이나 대나무통삽겹살 등 특색 있는 먹거리로 만들어봄직 하다. 언양 불고기를 대나무와 조합해 이색 먹거리로 개발하거나 대잎차를 전문으로 하는 전통찻집 등을 조성, 태화강국가정원에서만 맛볼 수 있는 대표음식으로 내세울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제안해 본다.


태화강국가정원을 품고 있는 우리 중구도 이제 식도락 관광지로 자랑하고 내세울만한 대표 먹거리 하나쯤은 가져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