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민주당

내용 바로가기

이미영-봉양(奉養)과 양지(量知)-20210507 경상일보


▲ 이미영 울산시의회 의원


정광사 법회에 참석했을 때의 일이다. 자리에 앉고 서기가 불편해 보이는 어르신께서 가부좌하고 떨리는 두 손을 모은 채 끊임없이 기도하고 계셨다. 바로 옆에 있었던지라 의도치 않게 들려오는 내용인즉 부처님께 당신의 자녀들에 대한 안녕을 기원하는 기도였다. 검버섯이 핀 까만 얼굴과 주름지고 왜소한 몸 어디에서 그런 기운이 나오는지 모를 정도로 약 2시간 남짓이나 되는 시간을 바쳐 기도하고 일어나 가시는데 비록 작고 구부정한 뒷모습이었지만 부모님의 무한한 사랑과 함께 가슴 찐한 감동이 느껴졌다.


순간 가슴이 뭉클해지면서 혼자 계신 어머니 살아 계실 때 잘해주자는 ‘다짐’을 어느새 또 망각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6년 전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눈물로 보내며 가까이 있으면서도 평상시 자주 찾아뵙지 못했던 게 제일 한이 되었다. 그래서 입을 거, 먹을 거 그 어떤 좋은 것보다 어머니와는 자주 얼굴 보고 밥 먹고 경치 좋은 곳에 함께 다녀야지 마음먹은 ‘다짐’이 한 1년은 갔나 싶다.


동네 어르신들은 딸이 의원이라서 좋겠다고 칭찬한다지만 실제는 주말에도 일정에 쫓기어 달에 한번을 못 뵐 때도 있다. 한번은 어떻게든 얼굴 뵙고 오고 싶어 오전 일정을 마치고 점심 때쯤 가서 오후 일정에 맞춰 밥만 먹고 일어나니 “이렇게 바쁘게 왔다 가느니 마음 편하게 일을 보라”고 하셔서 반나절 이상 뵙고 올 수 있을 때만 어머니를 찾아뵙게 되었다. 못 뵙는 게 2주가 지나가면 마음부터 무거워져 어느 주말에 짬을 내어 맘 편히 뵈러 갈지 달력이 닳도록 이 날짜 저 날짜를 보며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아마도 부모님과 함께 살지 않는 세상의 모든 자식의 고민이 아닐까.


곧 어버이날이다. 부모님께 효도하는 것은 사람이 해야 할 일 중에서 으뜸 되는 일이라고 했다. 부모님께 걱정을 끼치지 않고,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리며, 마음을 편안하게 해드리는 것이 바로 효도다.


‘비둘기에게는 3지의 예가 있고, 까마귀에게는 반포의 효가 있다’라는 중국 속담이 있다. 비둘기는 가지에 앉을 때 어미 새보다 3단 아래의 가지에 앉아 예를 표하고, 까마귀는 늙어 어미 까마귀를 공양한다는 뜻이다.


미물조차 어버이에 대해서 이 같은 효를 다하는데 인간으로서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짐승보다 못한 자리로 떨어진다는 것을 가르치기 위한 말이다.


봉양(奉養)과 양지(量知) 이야기도 있다. 두 아들을 둔 할머니가 있었다.


장남은 사업에 크게 성공해 넓은 집과 풍성한 식탁, 호화로운 옷 등 남부러울 것이 없을 정도로 모든 것이 풍족했다. 둘째 아들은 조그마한 구멍가게를 했다. 먹고 살기가 빠듯해 항상 정신이 없었다. 더구나 자녀들이 많아서 생활이 더욱 어려웠다. 그런데도 할머니는 장남 집보다는 차남 집에 머물기를 더 좋아했다.


하루는 장남이 어머니에게 말했다.


“동생은 먹고살기도 힘듭니다. 어머니가 그곳에 가시면 동생이 부담스러워 합니다. 제가 더 좋은 음식과 옷으로 잘 봉양할 테니 우리 집에서 사시지요.”


할머니는 넉넉한 웃음을 짓더니 이렇게 말했다.


“내게 필요한 것은 좋은 음식과 옷이 아니란다. 네 동생은 밤마다 내 등을 긁어 준단다. 학교에서 돌아온 손자들은 그날의 재미있는 일들을 들려주지.”


부모를 섬기는 것을 ‘봉양’이라 한다. 봉양보다 한 단계 높은 것이 ‘양지’(量知·헤아려 앎)다.


장남이 어머니를 봉양으로 섬겼다면 차남은 양지를 실천한 것이다. 어버이날을 맞아 우리는 과연 부모님께 봉양을 하고 있는지 양지를 하고 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