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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석-왜, 분권인가-20210512 울산매일



△ 박병석 울산시의회 의장


지방과 수도권 격차, 갈수록 커져…‘빈부격차’가 핵심

중앙정부 권한 위임해 지방 발전·성장 기반 닦아야 

지자체 독단 막기 위해 지방의회에도 권한 부여를


올해로 지방자치제가 부활한 지 30년이 됐다. 그동안 지방자치제는 마치 높은 산을 힘겹게 오르고, 깊은 강을 위험스럽게 건너듯 우여곡절의 연속이었지만,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지방자치제는 한마디로, 지역의 삶은 지역 주민이 결정한다는 것이다. 전제가 있다. 지역의 자율권이 확보되고 보장돼야 한다. 중앙정부의 간섭이 배제되고, 더 많은 권한이 위임돼야 한다는 것이다. 

지방은 권한에 따른 책임이 부여된다. 권한과 책임의 적절한 균형과 배분이 자치분권의 핵심 가운데 하나다. 입이 닳도록, 귀에 딱지가 앉도록 지난 30년간 분권을 이야기하는 것은 지방과 소위 중앙이라고 하는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과의 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균형발전은 뒷걸음질 치고, 도리어 격차사회가 확대되고 있다. 빈부격차가 핵심이다. 빈부격차는 자연스럽게 교육격차, 정보격차, 기회격차로 이어지고 있다. 전반에 걸쳐 격차사회가 고착되면서 공정과 공평의 가치가 훼손되고 있다. 

본말이 전도된 가치는 공동체의 안위를 위협할 정도로 심각하다.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는 사사건건 대립하고 갈등하고 있다. 지방은 소멸과 생존의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는 반면,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은 지방 모든 것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돈, 사람, 정보 등등. 대한민국 문제의 처음과 끝은 서울공화국이라는 한마디로 귀결되고 있다. 

한 걸음 한 걸음 힘겹게 내딛어온 지방자치제 30년의 여정이 도로아미타불이 될 지경이다. 서울이 비대증 환자라면, 지방은 왜소증 환자에 가깝다. 이대로 간다면 공멸이다. 빈 껍데기뿐인 지방자치로는 공생할 수 없다. 헌법에 근거한 지방자치가 올곧게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뒷받침하는 법과 제도는 필연이다.

그런데 관련 법과 제도는 느려도 너무 늦게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떼고 있다. ‘지방자치법 전부개정법률안’이 2020년 12월에 32년만에 개정된 것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일각이 여삼추인데, 무려 32년이 걸렸다. 강산이 세 번 변하는 긴 시간 동안 체격에 맞지도 않은 옷을 계속 입고 있었다는 것이다. 몸은 어른인데 아이의 옷을 입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불편이 따를 수밖에 없고, 불만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앙정부가 권한을 움켜쥐고 있다가 지방이 한 번씩 아쉬운 소리를 하면 하나씩 툭 던져주는 식이었다. 동정이나 시혜 차원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지방자치의 핵심이자 민주주의 기본 원칙인 분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지역이 스스로 발전과 성장의 기반을 닦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한 자치를 펼칠 수 없기 때문이다. 중앙정부의 개입과 간섭의 여지가 다분한 극히 제한적인 조직권과 재정권으로 자치사무와 자치입법이 제대로 행사될 수 없다. 

그나마 자치단체는 지방자치법 전부개정법률안 통과로 약간의 숨통은 트이고 있다. 국가사무의 일부도 지방사무로 넘어오고, 더디긴 해도 국세와 지방세 비율의 조정으로 재정권의 일부도 확보했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를 감시하고 견제해야 하는 지방의회는 여전히 분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지방자치법 전부개정법률안에 따라 내년부터 지방의회 사무직원에 대한 인사권이 의장에게 부여되고, 정책지원 전문인력제도가 신설되지만, 갈증을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지방자치단체의 독주와 독단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지방의회에도 동등한 권한과 책임이 부여돼야 한다. 주민의 대표기관으로서 위상과 독립성 강화를 위해서는 조직 및 예산 등에 관한 독자적인 기능이 수반돼야 한다. 지방분권은 지방자치단체만의 분권이 아니라 지방의회의 분권에도 해당되기 때문이다. 

국회가 ‘국회법’을 근거로 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하듯, 지방의회도 지방자치단체를 감시하고 견제하기 위해서는 ‘지방의회법’이 제정돼야 한다. 분권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난마처럼 얽힌 실타래를 풀어나가는 단초로 작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도 ‘지방의회법’을 근거로 지방의회가 지방자치단체를 효율적 실질적으로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어야 한다. 

국가의사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권력이 국민에게 있는 주권재민의 원칙은 지방자치에도 마땅히 적용돼야 한다. 그것이 분권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가장 정확한 답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