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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호-더 이상의 패악(悖惡)은 멈춰야-20210513 경상일보



▲ 이선호 울주군수


방사능누출만큼 위험한 원전오염수

日 해양 방류 결정에 전세계가 비난

방류 철회때까지 모든 조치 취할 것


20세기 최악의 원전 사고가 체르노빌이라면, 21세기 최악은 일본 후쿠시마라는데 이견이 없다. 두 사고 모두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만든 국제원자력사고등급 중 최고 위험단계인 7등급이다. 7등급은 한마디로 방사능 오염물질 대량 유출의 대형 사고이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는 지난 1986년 옛 소련 우크라이나 키예프 북쪽에서 발생했고,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에 의해 발생했다. 체르노빌 사고 당시 일본은 소련을 향해 엄청난 비난을 퍼부었다. 일본은 방사능 오염을 이유로 유럽 전역의 식품 수입을 규제했고, 8000㎞ 넘게 떨어진 체르노빌에서 날아온 방사능이 일본 전역을 오염시키고 있다며 온갖 호들갑을 다 떨었다. 이랬던 일본이 후쿠시마 사고 이후 지난 10년간 보여준 모습은 ‘내로남불’의 전형이다. 일본은 사과는커녕 우리나라의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규제에 대해 WTO에 우리나라를 제소했다.


이러한 일본이 이제는 전 세계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방사능 오염수 125만t 가량을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각국의 반대에도 태평양에 버리기로 결정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고농도 오염수는 탱크에 있더라도 방사능을 방출할 만큼 큰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특히 일본은 삼중수소(트리튬)는 걸러내지 못해 물과 섞어 농도를 낮춘 뒤 방출한다는 구상이다. 삼중수소는 방사성 물질의 한 형태로, 이와 접한 수산물을 섭취하면 신체 내 방사성 물질이 축적돼 유전자 변형, 세포 사멸, 생식기능 저하 등 신체에 큰 손상을 입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위험에도 일본 정부는 어마어마한 수준의 삼중수소를 태평양으로 흘려 보내겠다고 밝혔다.


일본의 발표 후 울주군은 ‘원전 오염수 방류는 우리나라 국민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며, 일본이 기존 입장을 고수할 경우 일본산 제품의 불매운동을 시작하겠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지난달 26일에는 서생면 평동항에서 지역 어업인 단체와 함께 궐기대회를 열었고, 다음날에는 원전 소재 지방자치단체 행정협의회(울주군, 경주시, 기장군, 울진군, 영광군) 차원의 규탄 성명서를 발표했다.


울주군은 앞으로 군민 불안감 해소와 안전에 고삐를 더욱 바짝 죌 계획이다. 올해 실내 경보 방송망과 방사능측정기, 스마트 방재시스템 구축 등으로 안전망을 촘촘히 하고 원전 소재 지자체들과 함께 해양 방사능 백데이터도 축적해 나갈 것이다. 먹거리 안전성에 의구심이 든다면 ‘방사능 검사장’과 ‘푸드 모니터링 센터’ 건립도 적극 검토할 계획이다.


울주군은 앞으로 일본 정부가 원전 오염수 방류를 철회할 때까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비록 지금은 미미할지라도 나중에는 큰 울림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원전 오염수 방류는 절대 안 된다. 과학적으로 안전성이 증명되지 않은 오염수는 전 세계의 불안과 해양 환경에 엄청난 위해를 끼칠 것이 자명하다. 백번 양보해 지난 2011년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자연재해라고 하더라도 원전 오염수 방류는 명백한 인재(人災)가 될 것이다. 일본은 방사능 오염수를 ‘처리수’라고 부르고 있다. 오염수를 처리수라고 포장한다고 해서 근본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전 세계를 피해자로 만들고, 인접 국가는 물론 국제사회와의 어떠한 교감이나 공동 대응도 없는 오만불손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행태다. 원전 오염수는 방사능 누출만큼 위험하다. 정화해 바다에 방류하더라도 방사성 삼중수소의 확산은 피할 수 없다. 일본이 말하는 처리수는 원전 쓰레기나 마찬가지다.


‘역사는 반복된다. 한 번은 희극으로, 한 번은 비극으로’라는 말이 있다. 일본은 지난 1900년대 수은을 폐수에 섞어 바다로 배출, 수은 중독으로 300명 넘게 숨진 ‘미나마타병’ 교훈을 가슴속 깊이 새겨야 한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것은 없다. 일본 정부는 더 이상이 패악(悖惡)을 멈추고 오염수 방류 계획을 철회해 이번에는 인류를 살리는 역사로 기록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