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민주당

내용 바로가기

강혜경-도로는 생명선이다-20210526 울산제일일보



△ 강혜경 울산 중구의회 행정자치위원장·생활환경학 학술박사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이 일몰제로 공중분해 된 지 1년이 다 되었다. 이 사안이 1999년에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은 날로부터는 만 22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2012년경부터는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지방의회 해제 권고 제도가 도입되면서 해마다 의회에 현황 보고를 했을 뿐, 예산 부족 탓만 하며 누구도 개설 책임은 지지 않고 지금에 이르렀다. 우리 헌법 제7조에는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고 명시되어 있다.



2019년 6월 말 현재 울주군에는 모두 669곳 175만1천366㎡의 장기미집행 도시계획도로가 있었는데, 다른 도시계획시설은 불과 12곳 11만1천935㎡에 불과했다(2020 군정백서). 이처럼 도로가 압도적으로 많은데도 정작 사람들의 관심은 온통 ‘공원’에만 쏠려 있었다. 공원은 없어도 생활이 되지만, 도로가 없으면 건축 행위는 불가능하고, 누군가 도로라도 막으면 스트레스와 불편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도로는 생명선이다. 건축법에 의하면 폭 4m 이상의 도로와 연결되어 있지 않으면 원칙적으로 건축물을 짓는 것은 불가능하다. 도로가 없으면 각 가정으로 들어가는 상·하수도와 도시가스 매설이 불가능하고, 전신주나 가로등도 세우기 어렵다. 게다가 승용차는 물론 소방차와 화물차가 들어가지 못해 사람들의 일상이 유지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도시화 이전의 우리 모습을 기억해 보면 울산에 폭 4.5m의 신작로가 처음 개설된 것이 1910년의 일이고, 도시계획도로는 모두 1962년 5월 14일에 처음 고시된 도시계획 이후에 개설되었다. 그런데 OECD에 가입한 21세기 대한민국 울산에서 근대적인 토지 등기제도와 지적도가 만들어진 1910년대 이전부터 존재하던 ‘대지’ 중에는 아직도 폭 4m 이상의 도로와 접하지 못한 것이 많다. 2000년 3월에는 신생 광역시답게 행정구역 전역을 대상으로 도로를 비롯한 대대적인 도시계획 시설 고시가 있었지만, 대부분 도면으로만 존재하다가 일몰제로 허무하게 사라지고 말았다.


특히, 1970년대의 새마을사업 때 행정당국의 지도와 주민들의 합의로 폭이 2m를 넘지 않는 국유지 마을 안길에 사유지를 더해 넓혀서 이용해온 주민들은 많이 억울하다. 행정당국이 지적정리를 하지 않은 것을 기회로 해서 토지소유주들이 길을 막는 행위가 전국적으로 빈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몰제가 이런 사태에 불을 붙였지만, 어처구니없는 것이 길을 막는 사람도 정작 타인 소유 토지가 포함된 도로를 통행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더 가관인 것은 길을 막았다고 행정기관에 하소연하면, ‘사인들 간의 문제는 사인 간에 원만히 풀어라’ 하고, 출동한 경찰관은 ‘지적 전문가가 아니라서 정확한 경계를 모른다’고 발뺌하면서 법으로 해결하라고 권한다.


헌법 23조 1항에는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한다’고 하면서 동시에 2항에서는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못 박아 두고 있다. ‘도로’는 공기와 같은 존재라서 남이 설치한 바리케이드로 내 집 앞이 막히지 않는 한 일반 주민은 물론 공무원과 경찰관, 심지어 법관도 그 근본적 의미를 모르고 생활한다. 그런데 타인에 의해서 내 집으로 들어오는 도로가 막히면 비로소 숨이 막히는 경험을 하게 된다.


대한민국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하루빨리 관련 법령을 정비하고 예산을 최우선으로 마련해서 전국의 모든 대지가 폭 4m 이상의 도로에 접하도록 해야 한다. 법이 정한 폭원에 미달하는 도로를 이용하는 국민은 ‘공공복리’를 누리지 못함은 물론, 헌법 제34조 1항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