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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민정-젊은 꼰대의 가짜 비단주머니-20210603 울산신문



△ 경민정 울주군의회 의원


국민의 힘 당대표 선거를 앞두고 일명 '이준석 돌풍'이 심상치 않다.


박근혜 키즈로 정치권에 등판한 85년생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의원 선수 경력은 없지만 국민의힘 내에서는 '0선 중진'으로 통할만큼 막강한 파워를 자랑한다.


하지만 그의 정치행보와 관련해 여야불문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데 우리는 그의 대표 공약에서 우려의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특히 그가 말하는 '능력주의'는 수많은 걱정을 양산한다. 이를테면 여성과 청년할당제 등 여성, 청년에 대한 사회적 배려 장치를 모두 없애고 오로지 능력만 놓고 경쟁하자는 게 그가 주장하는 공정담론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주장의 뒷배경에는 최고의 엘리트코스를 밟아 하버드대학교를 졸업한 그만의 '특별한 자신감'이 한 몫 차지하는 것 같아 씁쓸함을 자아낸다. 단지 기회가 균등하게 주어진다고 해서 진정한 공정이 될 수 있을까.


하버드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기회는 누구에게나 열려있지만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난 사람에게는 말 그대로 넘사벽이라는 얘기다.


하버드대학에서 정치철학을 가르치고 있는 마이크 샌델 교수의 저서 '공정하다는 착각'은 아래와 같이 기술한다.


"하버드와 스탠포드 대학생 삼분의 이는 소득 상위 5분위 가정 출신이다. 하버드와 아이비리그 대학에서 소득 상위 1퍼센트 출신의 학생은 하위 50퍼센트 가정 출신 학생보다 많다. 하지만 하버드 대학생들은 자신들의 뛰어난 재능과 대개의 경우 유복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하나같이 자신의 노력과 수고 덕분에 하버드에 입학했다고 입을 모은다. 능력주의의 이상이 재능의 우연성을 외면하고 노력의 중요성을 과장함으로서 도덕적 흠을 갖는 셈이다."


하지만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올라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는 스승의 저서가 정작 제자들에게는 불편한 진실인가보다.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진중권 동양대 교수와의 SNS 설전에서 "우리 학교 학생들은 마이클 샌댈 교수의 강의를 '약장수 수업'으로 결론 내렸다"며 저서에 담긴 사회적 고민과 문제의식을 비하하고 논리를 부정했다.


필자는 최근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장유유서 발언' 이후 '꼰대 정치인'으로 낙인찍혀 곤혹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오히려 이 전 위원의 사고방식에서 '젊은 꼰대'의 모습을 발견했다.


꼰대를 판단하는 기준이 꼭 '나이'에서만 비롯될까? 아니다. 이 세상에는 기성세대보다 더 꽉 막힌 젊은이들이 수두룩하다.


특히 이 전 위원이 최근 방송에서 윤 전 총장을 향해 언급한 '제갈량의 비단주머니'는 그의 정치철학의 민낯을 보여줬다.


자신이 당대표가 된다면 윤 전 총장이 세간의 논란을 피해갈 수 있는 묘책을 제공해 보호할 것임을 암시한 것이다. 혹여 대권 후보에게 비리와 범죄 의혹이 있다면 철저히 규명해야 함이 마땅하거늘, 묘책으로 응수하는 것이 과연 젊은 정치인으로서 해야 할 소리인가.


제갈량의 비단주머니 즉 '금낭묘계'는 삼국지 정사에는 등장하지 않는 허구이지만, 독자들이 예측하기 어려운 기교가 들어있어 독자나 청중들을 끌어들이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이는 이 전 최고위원이 이대남의 불만을 극한으로 끌어내어 이를 통해 본인의 정치영역을 급속도로 확산시켜나가는 모습과 지극히 닮아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이미 자신의 정치영역 확대를 위해 젊은 남성들에게 금낭묘계를 투척했고 유권자들은 마치 스테디셀러 소설을 만난 듯 빨려들어가고 있다.


이준석 전 최고위원의 깜짝등장은 정치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구태정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여론을 공식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시대가 원하는 것은 생물학적 젊음이 아니다. 세대를 아우르는 청년 정신이 있어야 진정한 혁신이 가능함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지난 재보궐선거 여당 참패의 주요 원인인 '2030세대의 변심'이 뜻하는 것이 무엇인지 직시해야 한다. 청년을 위한 여야의 약속들이 허구로 전락되기 전에 청년 계층 전반을 아우를 수 있는 진정성 있는 현실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