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민주당

내용 바로가기

정용욱-동구 부활의 시나리오-20210608 울산제일일보


△ 정용욱 울산 동구의회 의원

올림픽과 같은 국가대항전에서 국가대표 선수들을 응원할 때 대부분은 그들의 화려한 기술에 열광한다. 하지만 운동선수들에게 실제로 중요한 것은 기술훈련이 아니라 기초체력훈련이다. 일반적으로 전체훈련의 70% 정도를 차지한다고 한다. 심폐지구력 향상을 위한 유산소 운동, 순발력 향상을 위한 인터벌 트레이닝, 근력·근지구력을 키우는 웨이트트레이닝, 유연성을 키우는 스트레칭 등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기초체력 기르기에 집중한다. 같은 기술이라도 강인한 기초체력이 바탕이 되어야 그 효과가 배가되기 때문이다.


울산 동구 경제의 기초체력은 바로 조선업이다. 1972년 현대중공업 조선소가 들어선 이후 탄탄한 기초체력을 가진 경제가 구축됐고, 그 힘을 바탕으로 주거, 문화, 복지 등 다양한 시설이 들어서며 발전해왔다. 하지만 지난 2015년 무렵 조선업에 불황이 찾아오자 동구 경제는 내리막을 걷고 있다. 기초가 무너진 상태라 어떤 기술적인 경제 정책도 통할 리 만무하다. 이런 상황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가 1년 넘게 계속되면서 사상 최악의 위기 상황을 겪고 있다.


그래도 최악의 상황에 최상의 시나리오를 그려볼 수 있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우선 조선업 부활의 신호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우리나라 조선업은 전 세계 발주량 1천25만CGT 중 532만CGT(119억 달러)를 수주해 세계 1위 수주량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배에 가까운 규모이자 조선 호황기였던 2008년 이후 13년 만의 1분기 최대 수주량이다. 동구 현대중공업의 중간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은 1분기에 68척(55억 달러)을 수주해 연간 수주 목표액(149억 달러)의 37%를 달성했다.


업계에서는 올해를 기점으로 조선업이 회복 국면에 진입해 향후 10년간 연간 발주량이 지난해 기준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세계 경제 회복에 따른 글로벌 물동량 증가와 환경 규제로 인한 노후선박 교체 등으로 전 선종에 걸쳐 발주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조선업의 특성상 수주물량이 현실화되고, 지역경제에 영향을 미치기까지는 1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다행히도 이 시간을 버틸 수 있도록 정부가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과 ‘고용위기지역’ 지정을 연장했다.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은 주된 산업이 위기에 놓여 일정 기간 정부 지원이 필요한 지역을 말한다. 2018년 5월 29일에 처음 지정된 동구는 최근 2차 연장을 거쳐 2023년 5월 28일까지 각종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특히 이번에는 추가 지원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지난 4월 울산시는 14개 사업 884억원 규모의 지원대책과 근로자 고용안정 차원의 ‘월 208시간 근로제 탄력적용’, ‘퇴직자 고용장려금 지급’ 등을 요청했다. 아울러 고용위기지역 지정도 연장돼 올해 12월 31일까지 훈련연장급여 지원, 취업촉진수당, 직업훈련생계비 대부 등 근로자에 대한 지원과 고용유지지원금, 지역고용촉진지원금, 청년추가고용장려금 등 사업주에 대한 정부 지원이 계속된다.


시나리오대로 흘러간다면 정부 지원이 끝나는 2023년에는 조선업 호황기가 시작돼 다시 동구가 탄탄한 경제적 기초체력을 마련할 수 있다. 특히 2023년은 대왕암공원 해상케이블카가 완공돼 현재 동구가 역점으로 추진 중인 해양관광산업 육성이 마무리되는 해다. 조선업 부활과 관광도시로의 도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가능성도 있다.


이 꿈같은 시나리오가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정부 지원만 기대해서는 안 된다. 지역 조선업계는 물론 울산시, 동구 등 행정기관의 노력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지역 조선업 하청업체에 대한 맞춤형 정책 발굴, 조선업 불황으로 빠져나간 숙련공이 돌아올 수 있는 지원 방안 마련 등 위기 극복뿐만 아니라 조선업 호황기를 맞을 준비도 함께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