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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근-울산혁신도시가 남긴 반면교사(反面敎師)의 지혜-20210609 경상일보



▲ 김지근 울산중구의회 의장


사람은 도시를 만들고 도시는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사람이 만들어낸 도시가 생명력을 갖고 그 속에 생활하는 사람을 성장, 발전시켜 나간다는 측면에서 공감할만한 이야기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는 사람이 만들어낸 도시가 더 많은 사람을 불러 모으는 게 급선무이지 싶다. 기껏 만들어낸 신도시가 반쪽 역할에 그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주거지와 상업지 등을 갖춘 도시를 만들기 전 반드시 철저한 계획이 수반돼야 한다.


울산혁신도시만 봐도 부족하고 허술한 계획아래 만들어진 신도시가 얼마나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도로는 협소하기 그지없고 걷는 사람을 고려하지 않은 보행로는 외면 받고 있다. 주차장은 턱없이 부족해 이면도로마다 주차된 차량들로 넘쳐나고 이는 보행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불편을 초래하는 악순환을 낳으며 결국 다툼과 민원의 원인이 되고 있다. 중심상권지역은 혁신도시 완공 이후 지금까지도 주차대란이 빚어지며 전체 상권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때문에 울산의 미래 백년지계를 내다본다던 우정혁신도시는 불과 완공 4년여 만에 사람이 찾지 않는 도시로 전락, 지방정부가 새로운 활력을 찾는데 골머리를 앓고 있다.


우정혁신도시의 실패사례를 만들어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다운2공공주택지구 조성사업을 통해 또 한번 울산에 상전벽해(桑田碧海)를 이뤄낼 대규모 신도시 건립사업을 벌이고 있다. 다운지구는 가구수만 1만3814가구에 달하고 계획인구만 3만4136명 규모다. 중구 다운동과 울주군 범서읍 서사·척과 일원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대규모 신도시가 들어서는 셈이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조성공사에 돌입했지만 턱없이 부족한 편의시설과 주차부지, 공원 등 녹지 공간 부족, 유수지와 같은 재난대비시설 미비 등의 문제가 드러나며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다운지구는 지금이라도 울산시와 중구청, 그리고 LH가 한자리에 모여 주민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 획기적인 개선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당장 시급한 부분은 턱없이 부족한 주차공간의 확충이다. 공영주차장을 조성할만한 부지 확보가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면 계획된 어린이공원과 근린공원 지하를 주차장으로 개발하는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 학교운동장을 지하주차장으로 만드는 발상도 전환이 필요하다. 이미 올해 초 남구가 주차난 해결을 위해 울산여고 하부에 지하주차장 조성에 나서는 등 각 자치단체가 학교운동장을 지하주차장 조성방안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또 필요하다면 주택가와 상업단지 이면도로 역시 지하공사를 통해 주차장으로 조성하는 방안 역시 적극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다운지구는 택지개발이 이뤄지는 사업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오히려 공원과 학교, 이면도로에 지하주차장을 조성하기 용이한 상황임을 사업주체인 LH와 울산시 등이 충분히 인지하고 실행에 옮기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정원도시를 표방하는 중구의 도시정체성을 감안해 구획 설계단계에서 이를 충분히 반영시켜야 한다. 지금 울산혁신도시를 오가다보면 도로변과 아파트단지 옹벽이 잡풀만 무성한 흉물스런 몰골로 방치된 현장을 곳곳에서 목격할 수 있다. 이를 미연에 방지하고 생활 속 정원도시 조성을 위해 택지의 벽면부를 처음부터 정원으로 조성, 우리 중구와 함께 가꿔나갈 수 있도록 건축인허가 과정에서 이를 못 박을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시급한 유수지 조성 등 재난대비시설 확충도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태풍과 집중호우 등 기후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향후 100년 이상 도시의 안전한 기능유지를 위해선 재난대응시설 확충이 이뤄져야 한다. 특히 유수지 위에는 문화체육시설을 조성하면 부족한 주민편의시설을 보강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다. 드러난 문제를 차일피일 미루면 울산혁신도시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다. 마냥 LH의 변화만 기대할 것이 아니라 울산시와 중구청이 먼저 나서 지역 정치권과 학계를 비롯한 전문가들의 중지를 모아 상급기관인 국토교통부를 설득하고 LH를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 개선이 이뤄지도록 소통해야 한다. 더 이상 울산혁신도시가 우리에게 남긴 반면교사의 지혜를 허투루 넘길 수 없는 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