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옥 울산시의회 환경복지위원장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 출현으로 우리는 여전히 기나긴 터널에 갇혀 있는 신세다.
‘사회적 거리 두기(social distancing)’라는 용어는 2009년의 ‘인플루엔자 팬데믹’ 당시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처음으로 규정했다. 지금은 익숙해진 이 용어가 한국에서 널리 쓰이게 된 것은 지난해 2월부터다. 코로나19의 피해와 유행을 최소화하기 위한 캠페인과 권고용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해 6월부터는 확진자 급증에 대비하고 지역사회의 감염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사회적 거리 두기를 1~3단계로 구분해 시행하게 되었다. 또 그해 11월에는 3단계이던 기준을 5단계로 개한 데 이어 지난 6월 20일에는 의료역량, 예방접종 진행 상황을 반영한 4단계 개편안을 마련해 7월 1일부터 적용하고 있다.
우리는 우리의 삶을 2년 가까이 계속된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에 맞춰 살아가고 있다. 여기에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행정조치가 더해져 권고가 아닌 반강제적 방식에 의한 불편함을 계속 겪고 있다.
우리는 마스크 없이 자유로이 다녔던 지난 모든 순간을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그때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백신의 보급과 접종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지만, 불안에 떨지 않고 자유로이 다닐 수 있을까?
코로나19 팬데믹을 겪는 사이 지금까지는 없었던 생활방식이 나타나고 있다. 배달 물품의 다양화, 드라이브 스루를 이용한 마케팅, 비대면 회의, 재택근무 등이 대표적일 것이다. 이와 함께 기나긴 통제에 억눌려 있던 시민들은 감염병 확산 우려가 큰 실내보다 공원 등 탁 트인 실외에서 소소한 행복과 해방구를 찾기에 바쁘다.
그러나 너무 억눌려 있던 끝에 폭발해서일까? 지난 5월 태화강국가정원은 젊은 층 사이에서 ‘헌팅이 잘되는 곳’으로 전국적인 화제를 모았다. 야외이긴 해도 사적 모임과 음주 등 방역 위험도가 높은 행위들이 자주 일어났고 밤샘 음주와 취식으로 민원이 폭주하기도 했다.
감염병 확산을 위해 사람들 대부분이 외출조차 자제하는 시점에 드러난 국가정원의 부정적 화젯거리는 많은 시민의 공분을 샀다. 결국 6월 4일 밤 10시부터 국가정원 내 음주‧취식 행위를 전면 금지하는 조치가 내려졌다. 그러고 나서야 국가정원은 예전의 모습을 되찾았다.
하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필자는 국가정원을 전국 명소로 만들 기회를 우리 시가 스스로 차버린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 급한 불부터 끄려고 통제의 논리만 앞세운 감이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런 상황을 ‘반면교사’로 삼아 꾸준한 홍보와 계몽으로 코로나 시대에도 안심하고 치맥 한 잔 할 수 있는 전국 명소로 만들 수는 없었을까? 행정조치를 폄하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수의 시민이 불편해한다면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지만, 좀 더 유연한 대처방안으로 대응할 수는 없었을까?
국가정원 내 일정한 공간을 예약제로 운영한다든가, 정해진 공간에 시민들을 위한 테이블을 제공한다든가. 방문하는 시민들이 스스로 국가정원을 지킬 수 있도록 홍보하고 배려하는 대안을 마련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여전히 남는다. 국가정원을 방역단계별 통제시간에 맞추어 통제하는 방안은 없었을까. 울산시의 창의적인 정책 마련이 절실해 보인다. 통제→해제의 반복 행정보다는 좀 더 슬기로운 대안으로 태화강국가정원을 이른바 ‘힙한’ 전국적 명소로 탈바꿈시키게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