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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봉-보편적 의료복지, 첫 출발은 공공의료원 설립-20210806 울산매일



▲ 신성봉 울산시 중구의회 의원·역사학 박사


민간의료병상수 1만4,308개…공공병상은 0개

공공의료 불모지 ‘울산’ 공공의료원 설립 ‘시급’

정부 적극 나서 ‘의료복지 실현’ 기회로 삼아야


전인미답의 코로나19 사태를 관통하며 그 어느 때보다 공공의료의 중요성을 실감하고 있다. 공공의료는 개인이나 특정 집단의 이익보다 공동체를 위해 수행하는 의료로 법률상으로는 ‘지역·계층·분야에 관계없이 국민의 보편적 의료 이용을 보장하는 것’이라 명시하고 있다. 

무엇보다 공공의료가 강화되면 첫째, 진료에 대한 신뢰가 구축된다. 수익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민간병원이 불필요한 검사와 수술·시술 권유로 논란을 빚고 있는 것과 달리 사익을 추구하지 않는 공공의료에 대한 환자의 신뢰가 높아질 수 있다. 

둘째, 질병관리가 수월해 진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코로나19와 같은 재난 수준의 감염증 발병 시 최일선에서 이를 통제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비롯한 컨트롤타워로서 기능에 충실할 수 있다. 

셋째,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이 줄어든다. 쓸데없는 검사와 약물 권유가 없어지고 괜한 비급여진료도 예방할 수 있다. 결국 이는 사회적 약자의 보편적 의료복지 실현에 한걸음 다가서는 셈이다. 

넷째, 지역균형발전이 촉진된다. 지방에도 공공병원이 설립되면 응급환자 수송이 용이하고 수익만을 추구하는 병의원 대신 주민 필요를 기준으로 지어져 상대적으로 지역의 의료서비스 개선에 효과적이다. 

마지막으로 지역민의 건강이 개선되는 등 의료서비스의 질적 수준이 높아진다. 과잉진료로 낭비되는 사회적 비용이 질병예방을 위한 건강증진에 활용되고 중증환자를 중심으로 한 질 높은 입원치료가 가능해 진다. 

이처럼 공공의료가 강화되면 다양한 기대효과를 통해 보편적 의료복지 실현에 한걸음 다가서는 셈이다. 공공의료 강화를 위해 가장 시급히 요구되는 것이 바로 공공의료원의 설립이다. 

우리 울산은 광주와 함께 공공의료원이 없는 광역시 중 하나다. 더욱이 울산은 민간의료병상수가 1만4,308개인 반면 공공병상은 0개다. 열악한 공공의료기능의 민낯을 여실히 드러낸 셈이다. 이 때문에 올해 초 울산에 공공의료원 설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제기되기 시작했으며 울산공공의료원 설립을 요구하는 범시민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상위 수준의 의료시스템과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도 ‘K-방역’이 주목받은 이유도 우리나라가 가진 우수한 의료시스템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울산은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속히 늘어난 올해 초 심각한 병상부족 사태를 겪으며 많은 시민들이 공공 의료시스템 붕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러한 의료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 단추는 공공의료원의 설립이다. 

울산은 코로나 백신의 1차 이상 접종률이 30%를 넘어서며 코로나19의 확산세가 다소나마 꺾여가고 있다. 이제 주목해야 할 것은 포스트코로나 시대 중앙과 지방정부의 의료공공성 확대를 통한 보편적 의료복지의 지향이다. 최근 정부가 향후 5년간 국민건강을 책임질 공공보건의료기본계획을 발표, 2025년까지 지방의료원이 없는 3곳에 공공병원을 새로 짓고 6개소는 이전·신축, 11개소는 증축에 나설 것이라 밝혔다. 하지만 전체 예산규모는 과거 참여정부가 세운 4조원의 예산에서 크게 늘지 않은 4조7,000억원 규모에 불과해 다소 실망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최근 울산시가 울산공공의료원 대상 부지를 북구로 선정했다. 중구를 비롯한 타 자치단체와의 형평성 문제 등 선정결과를 둘러싼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중구민 입장에서는 이번 부지 선정에 섭섭함을 가질 수밖에 없는 점에 대해 울산시가 충분히 공감하고 향후 중구발전을 위한 현실적인 대안책 제시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이제 공공의료원 설립을 위해 남은 것은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등 효율성이 동반된 접근이다. 이를 위해 울산시가 광주광역시와 손잡고 공동대응에 나설 것을 천명한 만큼 순조로운 진행에 기대를 걸어봄직 하다. 코로나19가 우리에게 남긴 교훈 중 하나는 공공의료의 중요성을 절감하게 했다는 점이다. 공공병상 부족으로 인한 의료붕괴의 위기와 공포를 실감하며 이를 ‘K-방역’이라는 또 다른 저력으로 극복해 왔다. 

이제 겨우 ‘종식’이라는 단어가 길고도 험했던 코로나19의 어둠 속 터널의 끝에 보이기 시작한 지금,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강력한 공공의료시스템 구축이다. 공공의료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울산이야말로 정부가 공공의료원 설립에 적극적으로 두 팔 걷고 나서 보편적 의료복지 실현을 위한 천재일우(天載一遇)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