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병석 울산광역시의회 의장
지구촌 기상이변 현상 남의 일 아닌 ‘우리의 일’
산불·홍수 등 ‘지구온난화 경고’ 한국 예외 아냐
탄소배출 감축 등 친환경적 삶으로 방향 전환 시급
며칠 사이 폭염의 기세는 수그러들었다. 하지만, 점점 뜨거워지는 지구 온도로 인한 후유증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구온난화는 이제 내일의 문제가 아니라 당장 오늘의 문제가 됐다. 최근 외신을 통해 속속 전달되고 있는 지구촌의 기상이변을 보고 있으면 남의 일이 아니라 나의 일, 우리의 일이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다.
해마다 연례행사처럼 발생하는 미국 캘리포니아 산불은 역대 최악의 화마라는 수식어가 붙고 있다. 고온 건조한 기후와 강풍을 타고 확산일로에 있다. 산불의 기세는 거침이 없다. 지구온난화 문제에 대해 전문가들의 경고가 허투루 들리지 않고 있다. 진압을 위해 가용할 수 있는 소방 장비와 인력을 총동원하지만 좀처럼 진압하지 못하고 있다.
산불로 인한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산불을 피해 다른 곳으로 거처를 옮겨야 하는 이재민도 속출하고 있다. 대책이라고는 산불이 다른 곳으로 더 확산되지 않도록 전선을 펼치는 것인데 이마저도 제대로 통하지 않고 있다.
100여 곳이 넘게 산불이 발생하고 있다. 미국만 그런 것이 아니다. 유럽도 미국 못지않게 산불로 홍역을 앓고 있다. 비행기에서 내린 승객들이 공항을 둘러싼 산불에 어리둥절해 하는 사진과 영상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유럽 국가 가운데 그리스가 가장 큰 피해를 겪고 있다. 2주간 계속된 산불로 국토는 잿더미가 됐으며, 산불을 피한 대피 행렬은 인산인해를 이룰 정도였다. 이 기간 산불로 피해를 입은 면적이 무려 567㎢에 달한다고 한다. 2008년에서 2020년 사이 산불에 따른 소실 면적이 평균 17㎢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산불이 얼마나 큰 상처를 주고 있는지 충분히 가늠할 수 있는 통계수치이다.
터키도 예외는 아니다. 도쿄올림픽 당시 우리나라 여자배구팀과 8강전에서 치열한 승부를 펼친 끝에 분루를 삼켰던 터키 여자배구팀의 선수들이 서로를 부둥켜안고 굵은 눈물을 흘렸던 이유 가운데 하나도 산불이었다. 당시 산불로 고통을 당하고 있는 자국민들에게 승리로 위로를 전하고 싶었는데 못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은 익히 잘 알려진 일화이다. 10일 넘게 이어진 산불로 터키 남부지역은 초토화됐으며 사상자도 많이 발생했다.
이탈리아와 알제리, 러시아와 캐나다도 같은 고통을 겪고 있다. 산불은 이제 전 지구적으로 빈발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경고는 산불뿐만이 아니다. 홍수도 지구를 침공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6월 중순부터 거의 한달간 비가 내려 수백명의 사상자를 냈다고 한다. 집이 무너지고 다리가 끊겼으며, 강이 범람하면서 마을을 덮치기도 했다. 게릴라식 폭우와 집중호우가 반복되면서 가뜩이나 코로나에 지쳐 있는 독일 국민들에게 이중삼중의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독일과 인접한 네덜란드나 벨기에도 홍수 피해를 겪고 있다. 미국은 산불에 홍수까지 겹치면서 최악의 여름을 보내고 있다.
중국도 사상 최악의 물난리를 당했다. 특히 허난성 정저우는 지난 17일 오후 6시부터 20일 오후 6시까지 누적 강수량이 617.1㎜를 기록했다. 사흘간 내린 비가 정저우 연간 평균 강수량 640.8㎜에 근접할 만큼 기록적인 폭우가 내린 것이다. 20일에는 시간당 최대 201.9㎜의 강수량을 찍었다. 제 아무리 완벽한 시스템을 갖췄다고 해도 이 정도면 감당이 불감당이다.
선진국이냐 후진국이냐에 관계없이 지구온난화의 경고는 전 지구적으로, 전 방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 없다. 기록적인 폭염과 폭우, 산불 등 재해와 재난은 높아진 지구온도만큼, 거세고 가팔라지고 있다.
최근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기후변화에 대한 포괄적인 분석 보고서를 통해 지구온난화로 향후 20년 안에 지구의 평균 온도가 19세기 말보다 섭씨 1.5도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통제 불가능한 상태에 진입하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를 덧붙였다.
기록적인 기온 상승에 따른 산불과 홍수, 폭염 등을 예방하는 길은 탄소배출 감축과 함께, 불편하더라도 친환경적이고 생태적인 삶으로의 방향 전환이 시급하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더운 여름은 더 길고, 추운 겨울도 더 길어질 수밖에 없다. 봄과 가을이 없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상상하는 일은 끔찍한 재앙이다.
지구온난화를 경고한 마크 라이너스가 지은 ‘6도의 멸종’에 나오는 한구절을 모두가 깊이 새길 필요가 있을 것이다.
‘우리가 아는 한 지구는 온 우주에서 아름답고 다양한 온갖 생명을 만들어낸 유일한 별이다. 이렇게 피는 꽃을 알면서 일찍 꺾는 것은 의심할 바 없는 범죄다. 이는 가장 잔인한 대학살이나, 파괴적인 전쟁보다 더한 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