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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옥-양질의 노인 일자리, “최고의 선물”-20210826 울산제일일보



▲ 이상옥 울산시의회 환경복지위원회 위원장


우리 사회가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 출산율은 가파르게 줄어드는 반면 평균수명은 갈수록 늘어나기 때문이다. 2000년에 ‘고령화사회’로 진입한 이래 2017년에는 ‘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14% 이상)로 진입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20%) 진입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울산도 예외가 아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전국에서 ‘가장 젊은 도시’로 불리던 곳이 지금은 가장 빨리 늙어가는 도시가 되고 있다. 전체인구 112만5천 명 중에서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14만8천 명(13.9%, 2021년 7월)으로 ‘고령사회’ 진입이 초읽기에 들어간 분위기다.


미국의 저명한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우(Abraham Maslow)는 가장 기초적 욕구가 배고픔, 목마름과 같은 생리적 욕구를 해결하는 단계라면 가장 높은 욕구는 자아실현의 욕구라고 정의했다.


고령화가 이제 사회의 일부분이 된 만큼 이에 대비한 고령친화사업과 정책을 적극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 노인들은 빈곤, 고독, 질병, 무위라는 네 가지 고통을 겪고 있다. 노인들이 안고 있는 4고(四苦)를 해결할 수 있는 최고의 비법은 ‘일을 하는 것’이다.


정부는 노인 일자리를 2022년까지 80만 개로 늘리는 ‘제2차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종합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제1차 종합계획(2013~2017)이 노인 일자리의 양적 확대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제2차 종합계획(2018~2022)은 역량에 맞는 양질의 일자리 제공이라는 패러다임 전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울산의 경우 올해 27개 수행기관에서 1만2천740개의 노인 일자리를 목표로 일자리사업을 진행 중이며, 앞으로 일자리사업 390개를 더 늘려 총 1만3천130개의 일자리를 만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그동안 노인일자리사업으로 추진한 공공근로, 등하교 지킴이와 같은 공익형 일자리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다양하고 질 높은 일자리를 늘려나갈 수 있는 정책이 개발되어야 노인 경제활동 효과를 실질적으로 높일 수 있다. 이와 함께 노인일자리사업은 단순노동을 넘어 경제적 자립을 이루고 사회적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어르신들의 풍부한 경험과 지식을 활용한 한정식 식당, 반찬가게, 전통 된장, 수제청, 누룽지 제조·판매 등 손맛이 가미된 먹거리사업의 매출액이 매년 상승하고 있다. 아울러 옷이나 마스크 등 재봉사업도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특히, 시청 근처의 음식점 ‘대나무 향기’는 노인일자리사업으로 성공한 대표적 사례일 것이다. 울산형 먹거리인 대나무 정식을 판매하는 곳으로, 깔끔하고 정갈한 반찬과 부담감 없는 가격으로 시청공무원과 인근 보험회사 직원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 이곳에서 일하시는 어르신들은 본인이 가진 재능으로 시민들에게 건강한 영양식을 제공한다는 자긍심은 물론 수입까지 생겨 큰 보람을 느끼신다고 한다.


단순한 소득보전을 넘어 건강하게 사회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노인 일자리가 가지는 의미는 더욱 중요하다. 이제, 단순한 노인복지를 넘어 양질의 노인 일자리가 중요시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노인일자리사업은 여생을 유지하기 위한 경제적 수단만이 아니다. 은퇴 이후 잃어버린 사회적 역할을 회복하고, 새로운 자아실현과 긍정적 삶의 의미를 재정립하는 진정한 의미의 ‘참된 노인복지’다. 행복한 노년을 즐길 수 있도록 노인의 연륜과 능력을 활용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고용 기회를 꾸준히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고령사회를 대비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