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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욱-비대면 추석은 당연한 것이 아니다-20210917 경상일보


▲ 정용욱 울산 동구의회 의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추석은 우리 민족에게 큰 의미를 가지고 있는 명절이다.


추석을 처음 명절로 삼은 것은 삼국시대 초기였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신라의 3대 왕인 유리 이사금(재위 기간 24~57년) 때 두 명의 공주를 중심으로 서라벌 도성 안의 부녀자들이 두 파로 나뉘어 길쌈놀이를 벌였다. 길쌈내기는 음력 7월 16일부터 8월 15일까지 매일 아침부터 밤 10시경까지 이어졌는데 베를 더 많이 짜는 쪽이 이기는 방식이었다.


길쌈내기에서 진 쪽은 음식과 술을 마련해 이긴 쪽 여자들을 대접했다. 이긴 쪽이나 진 쪽 모두 노래와 춤과 온갖 놀이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를 가배(嘉俳)라 한다고 기록돼 있는데, 가배는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한가위’라는 단어에서 ‘가위’에 해당된다.


추석은 먹을 것도 많고, 보고 싶었던 가족들도 만날 수 있어 풍요롭고 흥이 넘치는 날이다. 추석날 아침 온 가족들이 모여 차례를 지내고, 차례가 끝나면 차례에 올렸던 음식으로 온 가족이 음복(飮福)을 하고 조상의 산소에 가서 성묘를 한다. 지금은 많이 사라지긴 했지만 지역마다 강강술래를 비롯해 가마싸움, 거북놀이, 줄다리기, 닭 잡는 놀이, 쥐불 놓기 등 다양한 민속놀이를 즐기기도 했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추석의 풍경은 180도 달라졌다. 사람들과의 만남을 위한 ‘민족 대이동’ ‘귀성길 정체’ 등 추석을 대표하는 말들을 코로나19 시대를 대표하는 ‘비대면’이 막아섰기 때문이다.


지난해 추석에는 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인해 추석 연휴 기간에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추모공원을 폐쇄했고, 이용을 제한하기 위해 사전 예약제로 운영했다. 온 가족이 모이는 풍경이 보기 어려워진 만큼 직접 벌초를 하는 이도 줄어 벌초 대행 서비스 이용률이 늘었다.


귀성길 풍경도 변했다. 한국도로공사는 모든 고속도로 휴게소의 매장 내 취식을 금지하고, 포장만 허용해 북적이던 휴게소의 모습이 사라졌다. 또 그동안 명절 때마다 고속도로 통행료가 면제돼 왔지만 지난해 추석은 유료로 운영됐다.


전국 지방 곳곳에서는 ‘아들, 딸, 며느리야!, 이번 추석에는 고향에 안 와도 된다’는 일반적인 문구부터 ‘불효자는 웁니다’라는 노래 제목을 패러디한 ‘불효자는 ‘옵’니다’ 등 자녀의 고향 방문 자제를 당부하는 캠페인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번 추석은 델타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지속되고 있어 지난해보다 더 삭막한 모습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추석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로 가정 내 모이는 인원에 대한 제한이 없었지만 올 추석에는 가정 내 가족 모임 인원 수가 접종 완료자 포함 최대 8명까지, 미접종자와 1차 접종자의 경우엔 최대 4명까지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실제 한 카드회사가 20~65세 고객 9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이번 추석 연휴를 어떻게 보낼 것이냐는 질문(복수응답)에 ‘집에서 쉬거나 여가를 즐기겠다’는 응답이 71%에 달했다. 반면 ‘가족·친지 방문’은 30%, ‘가족·친지와 외식’은 6%에 그쳤다. 코로나 이전 추석 연휴와 비교하면 ‘집에서 쉬거나 여가‘는 41% 급증했고 ‘가족·친지 방문’은 35% 급감했다.


코로나19로 인해 2년 연속 추석 명절의 의미 퇴색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현재의 분위기가 고착화되어서는 안 된다.


추석은 2000년이 넘는 세월동안 우리의 삶과 함께 했다. 추석의 핵심 가치는 결실의 계절을 맞아 나를 있게 한 조상에 감사드리고, 나와 가장 가까운 가족, 형제자매와 정을 나누는 것이다. 이는 오프라인에서 모였을 때 확실히 느낄 수 있다.


지금의 상황은 당연한 것이 아니라 불가피한 것이다. 이번 추석에 고향을 방문하지 못하더라도 추석 본연의 의미는 잊지 말자. 몸은 떨어져 있더라도 가족들에게 마음을 전하는 현명한 추석을 보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