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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헌-바람 앞의 촛불, 성혜마을 소방안전 지혜 모아야-20210927 울산매일


▲ 이상헌 국회의원(울산 북구)


성혜마을에 무허가 공장 빼곡…소방안전점검 사각지대

주민 대부분 70대 이상…대형화재 발생 시 대피 어려워

울산시-북구, 시민들의 지지·관심모아 협의체 구성해야


울산의 한 가운데에 위치한 시례동에는 성혜마을이라는 곳이 있다. 이곳에는 무허가 공장들이 빼곡하게 자리 잡고 있는데, 이 공장들은 소방안전 점검의 사각지대에 있다. 지금도 성혜마을에선 한해 걸러 대형 화재 사고가 일어난다. 어쩌다가 성혜마을은 불법 공장들로 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불안한 공간이 된 것일까. 


성혜마을은 1960년대 정부가 추진했던 한센인 강제 집단 이주 시책에 따라 조성된 90여개 마을 중 하나다. 한센인들에 대한 편견과 차별, 정부의 강제 이주 정책으로 조성된 시대의 아픔을 안고 있는 곳이다. 

초창기 정착한 한센인들은 돼지와 닭, 가축 등을 기르며 생계를 이어왔으나, 1980년대 이후 가축 전염병과 축산업의 불황 등을 거치며 외지인들의 공장용지로 불법 임대가 시작됐다. 그 결과 성혜마을엔 지난 30년 동안 180여개의 업체가 들어섰다. 

수많은 공장 속에서 이곳을 삶의 터전으로 생활하는 주민들도 있다. 이들은 협소한 도로, 열악한 하수처리시설, 1급 발암물질인 석면 슬레이트 지붕 아래 하루하루 위태로운 삶을 영위하고 있다. 이 때문에 2010년 6월 국민권익위는 ‘한센인 권익 강화 및 정착촌 환경개선 방안 권고’안을 내놓았고 같은 해 7월 국토부는 ‘한센인 정착촌 건축물 실태조사 및 정비를 실시하려고 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주민들의 반발로 무산됐는데, 당시 주민들은 자신들에게 충분한 설명과 동의를 받지 않고 사업을 진행하려 한다고 반발했다.

주민들에게 충분한 설명과 동의 없이 사업을 진행하려 했던 행정당국의 성급함도 있었지만, 당장이라도 큰 재난으로 이어질 위기 속에 있는 주민들의 안전을 고려해 급박하게 진행해야 될 충분한 이유도 있었다. 결국, 지금까지 성혜마을 양성화 해법은 울산시청과 북구청의 풀지 못한 오랜 숙제가 됐다. 

재해와 관련한 하인리히의 법칙이 있다. 중대한 재해가 발생하기 전 그보다 작은 사고들이 1:29:300의 비율로 발생한다는 재해의 통계학적인 법칙이다. 이 법칙은 큰 재해가 발생했다면, 그전에 같은 원인으로 29번의 작은 재해가 발생하고 또 운 좋게 재난은 피했지만 같은 원인으로 부상을 당할 뻔한 사건이 300번 일어난다는 것이다. 만약 하인리히의 법칙에 따른다면, 지금까지 크고 작은 안전 사고를 겪은 성혜마을이 자칫 대형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바람 앞의 촛불이라고 할 수 있다. 예측할 수 없는 재난은 없다. 성혜마을 문제를 손 놓고만 있을 수는 없는 이유다. 

지난해 성혜마을에 발생한 화재 사고에서 현장에 출동했던 어느 소방관은 “다행히 지금까지 화재는 북서풍이 불 때 발생했지만 만약 남동풍이 불 때 화재가 발생한다면 거동이 어려우신 마을 어르신들이 연기로 인한 질식으로 생명에 위협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말을 했다. 실제로 이곳 주민 대부분이 70세 이상 고령으로 대형 화재 발생 시 대피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시대의 아픔과 소극적 행정의 결과로 탄생한 성혜마을 문제는 한시가 급하다. 이곳 주민들의 안전을 더는 미룰 수 없다. 안전뿐만 아니라 울산 성장축의 장애요인이 되고 있어, 성혜마을 문제는 주민의 안전과 더불어 울산의 미래를 결정지을 중요한 열쇠가 되는 지역이기도 하다. 하루빨리 울산시와 북구청은 긴급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 또한, 많은 시민들의 관심과 지지가 필요하다. 시민들의 지지와 관심은 울산시의 풀지 못한 숙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동력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