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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호-울산시 무형문화재 보존·진흥 위한 제언-20210927 울산신문



▲ 손근호 울산시의원


울산시 시지정 무형문화재 제5호 였던 전각장 정민조 선생을 아십니까? 

 

정선생의 부친은 우리나라 초대 국새를 제작한 한국 전각계의 거장인 석불 정기호 선생이십니다. 부친에게 30년 간 전각을 배워 50년 넘게 목전각과 동전각을 계승해 오셨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울산의 무형문화재가 아니라 부산시 무형문화재로 등록돼 있습니다. 

 

정민조 선생은 “울산은 예술가들이 창작활동을 하기에 매우 열악한 곳"이라며 울산을 떠난 이유를 밝혔습니다.

 

그 후, 2021년의 현실은 좀 나아 졌을까요? 현재 우리 시의 지정 무형문화재는 제1호 장도장, 제2호 일산동당제, 제3호 모필장, 제4호 울산옹기장, 제6호 벼루장, 제7호 울산쇠부리소리등 총 6개 종목입니다. 

 

시지정 무형문화재 제1호 장도장 장추남 선생은 아흔이 넘은 노구를 이끌고, 65년 넘게 전통의 맥을 지키고 계십니다. 선생이 작품활동을 하는 공방에는 소음방지 시설이 없고, 민가들이 이웃해 있어, 선생의 망치질은 늘 조심스럽기만 합니다. 담장을 넘은 망치소리 때문에 지금껏 지켜온 민족 유산이 욕을 먹을까 두렵기 때문입니다.

 

울산 무형문화재 제7호 쇠부리소리 보존회도 사정은 다르지 않습니다. 고가도로 밑에 임시로 펜스를 쳐놓은 공간에서 연습에 여념이 없습니다. 작년에는 태풍이 몰아쳐 공연 소품이 모두 날아가 파손되는 일을 겪어야 했습니다. 비바람이 들이치는 곳이지만 회원들은 늘 이곳에서 연습을 합니다. 안전한 연습장이 마련돼 있었지만, 민가에 소음 피해를 주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조심성은 정도를 넘어 작품활동이 위축 받을 지경이 되고 있습니다. 자랑스런 울산의 문화유산이라며 무형문화재로 지정해 놓고, 이들이 작품활동에 몰두할 수 있는 형편이 되지 못할 뿐 아니라, 소음 민원 때문에 피해 다녀야 하는 현재의 상황은 결코 올바른 방향이라고 판단되지는 않습니다.

 

무형문화재 전수교육관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전국 광역지자체 중 전수교육원이 없는 지역은 울산시 밖에 없습니다. 인구 36만에 불과한 세종시는 시지정 무형문화재가 3개에 불과함에도 1개의 전수교육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광주시는 20개의 무형문화재에 2개의 전수교육관이 있고, 대전시는 24개의 무형문화재에 4개의 전수교육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울산은 전수교육관이 하나도 없다는 점 뿐만이 아니라, 지역의 무형문화재 발굴에 대한 노력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지역 무형문화재 보존과 발굴 그리고 전승에 대해 열악하기만 한 울산의 현실을 되짚어 보며 몇가지 제안을 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2021년 1월 발표된 울산시 무형문화재 보전 및 진흥 시행계획에 따르면, 연내에 무형문화재 전수교육관 건립과 관련해 국내사례분석, 적정부지 검토, 그리고 타당성용역을 실시하는 것으로 계획 돼있습니다. 하지만, 본 의원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9월 현재까지 전수교육관 건립을 위한 활동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현재의 상황을 위중하게 판단해 하루 속히 전수교육관 건립을 위한 활동을 재개해 주시기 바랍니다.

 

둘째, 울산시 무형문화재 보전 및 진흥에 관한 조례 제6조와 제14조에 의하면 울산시 긴급보호 무형문화재의 지정에 대한 내용이 나와 있습니다. 울산의 제1호 무형문화재 장도장 장추남 선생은 90이 넘은 고령임에도 후계자가 불확실한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이처럼 명맥이 끊어질 위기에 처한 무형문화재들을 보호하기 위해 시당국의 점검과 긴급보호 무형문화재 지정을 적극 검토해 주시기 바랍니다.

 

셋째, 무형문화재의 작품활동에 있어 소음 등의 민원이 우려돼 장인들의 활동이 위축되거나 지장을 받게 되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비단 소음피해 뿐만 아니라 판로개척과 구매의무화 등 무형문화재의 안정적 작품활동과 문화재를 활성화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합니다. 특히, 전수교육관 건립이 계획되고 있는 만큼, 건립되기 전까지는 이러한 부분에 대해 더욱 세심한 배려와 지원책을 마련해 주시기 바랍니다.

 

넷째, 울산시 무형문화재 보전 및 진흥에 관한 조례 제27조에는 시장은 전통문화의 계승 뿐만 아니라 발굴에 대한 책임도 가지고 있습니다. 

 

울산시는 타 시도에 비해 시무형문화재 지정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입니다. 산업도시에서 이제는 문화도시로 탈바꿈 하고자 하는 울산시민들의 여망에 부응키 위해서는, 새로운 시무형문화재를 적극적으로 발굴해 주실 것을 제안드리는 바입니다.


우리가 울산의 무형문화재를 지켜야 하는 이유는 울산에 대한 소속감과 울산에 대한 애정을 심어주기 위함입니다. 내가 사는 지역 울산에 대한 사랑과 내가 살았던 지역 울산에 대한 그리움이 남아 있을 때, 울산 공동체는 굳건해 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