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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봉-신세계 현지법인화로 ‘진짜’ 울산기업 돼야 한다-20210930 울산매일



▲ 신성봉 울산시 중구의회 의원·역사학박사


신세계, 오피스텔 건립하려다 주민 반대에 부딪혀

여론 의식해 상업시설 늘렸으나 현지법인화 언급 없어

큰 그림 제시하고 ‘먹튀 행위’에 반대 의지 보여주길


신세계가 울산혁신도시 개발 방안을 두고 한발 물러난 모양새다. 지난 16일 ㈜신세계는 혁신도시개발예정 부지에 스타필드형 쇼핑시설 건립계획을 발표했다. 즉 5개 층 이상을 상업시설로 둔 면적 4만3,000㎡(1만3,000평) 규모에 트레이더스 등 신세계가 운영 중인 유통시설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덧붙여 어린이극장과 영화관, 서점, 어린이체험시설, 아쿠아리움 등 울산시민들이 선호하는 시설을 중심으로 확대해 나갈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신세계는 49층 규모의 오피스텔 건립과 함께 상업시설을 3개 층으로 한 개발계획을 발표, 지역사회로부터 적지 않은 비난을 자초해 왔다. 특히 국민 혈세로 조성된 공공용지를 각종 혜택을 받고 취득한 신세계가 백화점을 짓겠노라 장담하며 지난 8년이 넘는 시간 동안 울산시민들을 희망 고문한 것도 모자라 기업의 이윤만을 내세운 오피스텔을 짓겠다고 나섰으니 그 분노와 실망감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다. 결국 울산시민 5만여명이 신세계의 오피스텔 개발 반대 서명운동에 동참하는 등 말 그대로 신세계의 약속 이행을 요구하는 지역 여론이 팽배해져 있다. 이런 반대여론을 의식한 탓인지 신세계는 상업시설을 당초 3개 층에서 5개 층으로 늘린 개발계획을 발표하며 울산시민 달래기에 나서는 모양새지만 이마저도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으로 평가절하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유인 즉, 신세계는 상업시설을 늘리는 대신 본인들의 잇속을 챙기려는 오피스텔 건립에 대해 철회 의사를 명확히 밝히지 않은 것은 물론 애써 늘린 상업시설 운영 주체에 대해 지역사회가 그토록 요구하는 ‘현지법인화’에 대한 언급은 일체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울산혁신도시 개발을 둘러싼 신세계의 현지법인화 요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미 신세계가 울산혁신도시에 개발부지를 매입했을 당시부터 현지법인화에 대한 요구가 제기돼 왔고 최근 오피스텔 개발 논란이 불거진 시점에서는 우리 중구의회가 현지법인화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하며 지역 향토기업으로서의 신세계의 책무를 강조한 바 있다. 울산시민들과 22만 중구민이 바라는 신세계의 현지법인화는 실현 불가능한 것이 결코 아니다. 이미 신세계는 광주와 대구에 각각 운영 중인 백화점을 현지법인화한 선례가 있다. 

지역사회의 현지법인화 요구에 대해 신세계는 지역경제의 실질적 이익에 대한 불투명성과 시기상조라는 논리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2017년 신세계 부산센텀시티점의 현지법인화를 위해 부산발전연구원의 연구결과 직접 생산유발효과는 2조9,500억원 수준, 간접효과 2조5,000억원은 물론 매년 6조원대 규모의 매출액이 지역 내 자금으로 선순환되고 지역업체의 입점·납품 및 지역인력 고용증대 등 상당한 지역기여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 바 있다. 

물론 울산과 부산은 인구밀집도와 경제규모 면에서 차이는 있겠지만 직·간접적인 효과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현지법인화를 통한 이익과 타당성 분석은 신세계와 지역사회의 공감대만 있으면 언제든 따져볼 수 있는 사항이다. 지금 중요한 것은 신세계가 진짜 울산기업이 되기 위한 현지법인화의 의지다. 아울러 개발계획단계에서 현지법인화에 대한 명확한 밑그림이 우선돼야 한다. 

기업은 이윤추구를 하는 집단이다. 이를 부정하는 것은 현대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거부하는 것이기에 분명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울산혁신도시 부지는 막대한 세금이 투입돼 조성된 공공재의 성격이 강하다. 혁신도시 부지에 상업시설을 지정한 이유 역시 주변 상권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시설을 통해 지역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함이다. 이 때문에 개발사업에 참여하는 민간기업에게 저렴한 분양가와 높은 건폐율 등 각종 혜택 준 것이지 이를 악용해 기업의 잇속만 채우라는 것이 아님을 신세계는 명심해야 한다. 최근 광풍이 몰아친 부동산 경기에 편승해 국내를 대표하는 유통대기업이 오피스텔이라는 꼼수를 통해 이익을 남기고 떠나버리는 ‘먹튀’ 행위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는 일이다. 

울산시민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유통시설 마련도 분명 중요하지만 이와 함께 신세계가 스스로 현지법인화에 대한 큰 그림을 제시하며 기업의 ‘먹튀’ 행위에 대해 분명한 반대 의지를 보여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