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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봉선-현명한 위드 코로나 시대 준비-20211007 울산신문



▲ 유봉선 동구의원


대표적인 전염병은 독감(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이다. 매년 9~10월이 되면 예방접종 시기가 돌아오지만 필수라 생각하진 않는다. 

 

독감에 걸리면 며칠 고생은 좀 하겠지만 충분히 치료될 수 있을 거라는 믿음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과거 독감은 지금의 코로나19처럼 공포의 대상이었다. 과학적으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한 전염병이라는 것이 증명된 최초의 대유행은 1918년 발생한 스페인 독감이다. 

 

스페인 독감은 2년 동안 전 세계에 걸쳐 2,500~5,000만명의 목숨을 앗아 갔는데, 당시 일본의 식민지였던 조선에 대한 기록도 남아 있다. 

 

조선에서는 이를 서반아 감기라고 불렀는데 약 740만명이 감염됐던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매일신보'는 많은 학교가 휴교하고, 회사들은 휴업했으며 추수를 할 수 없어 민심이 흉흉했다고 전하고 있다. '백범일지'에도 김구 선생이 1919년 약 20일간 서반아 감기에 걸려 고생했다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1957~1958년에는 홍콩 독감이 유행했다. 홍콩 독감은 중국 윈난성에서 시작돼 홍콩과 싱가포르를 거쳐 타이완 및 일본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대유행은 러시아를 통해 유럽으로 퍼져나갔고, 해안선을 타고 미국에까지 이르렀다. 전 세계 인구의 40~50%가 감염됐던 것으로 추정되며 전 세계적으로 약 100만명이 사망했다. 

 

지금까지 수십 년간의 연구에도 불구하고 독감은 여전히 매년 유행하고 있다. 과학과 의학의 영역을 넘어 사회학과 경제학적으로도 고려해야 하는, 우리의 삶과 공존하는 대상이 된 것이다. 

 

코로나19도 세계 각지에서 변이바이러스가 계속 발견되면서 '종식'을 기대하기보다는 공존하는 '위드 코로나(With Corona)'를 준비하는 나라가 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전 국민 백신 70% 이상 접종이 마무리되는 오는 10월 말~11월 초 시행을 목표로 위드 코로나 도입을 검토 중이다.  

 

위드 코로나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변이 바이러스가 계속 생겨나며 집단면역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우세하고, 백신 접종률이 증가하면서 사망률이 독감에 근접하는 수준까지 낮아졌다.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계속되고 있지만 확진자 숫자가 줄지 않아 지금의 방역체계도 한계를 보이고 있다. 

 

특히 자영업자와 의료계의 절규를 더 이상 외면하긴 어려운 상황이 됐다. 거리두기 장기화되면서 매출 감소 기간도 길어져 자영업자들은 하루하루 버티는 것조차 힘들다. 한 조사에서는 자영업자 10명 중 4명꼴로 폐업을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최전선에서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계도 마찬가지다. 지속적인 인력 확충 요청에도 필요한 수준만큼 인력이 수급되지 않아 보건의료 종사자들의 피로감은 한계치에 다 달았다.

 

단 위드 코로나 추진은 철저한 준비 후에 이뤄져야 한다. 준비 없는 위드 코로나 시대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덴마크의 경우 지난 4월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한 만든 방역 완화 초안을 통해 국민들의 공감대를 얻어낸 후 방역 규제 완화에 들어갔다. 

 

백신 접종도 함께 늘려갔고, 9월 10일에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내렸던 봉쇄 조치를 모두 해제하며 안정적으로 위드 코로나 시대에 접어들었다.  

 

반면 지난 7월 19일 자유의 날을 선포한 이래 모든 봉쇄를 단번에 해제한 영국은 완전히 다른 상황이다. 

 

백신 접종률이 80%를 넘었음에도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4만여명으로 확산세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고,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는 오히려 늘었다.

 

한국형 위드 코로나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덴마크처럼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한 새로운 사회적 합의기구가 필요하다. 세밀한 정책 방향을 만들어 국민들을 설득해야 한다. 국민들의 참여도 필수다. 

 

위드 코로나는 단번에 마스크를 벗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백신과 치료제가 완전히 갖춰지기 전까지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유지돼야 한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대응을 가장 잘한 나라로 꼽힌다. 그것은 위기 때마다 빚을 발하는 훌륭한 시민의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잘 해왔던 것처럼 현명하게 위드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