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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완-“나보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코로나를 이기는 온정-20211026 경상일보

나눔은 크기보다 마음이 더 중요

코로나·한파에 고통받는 이웃위해

나눔으로 든든한 버팀목 되어주길


▲ 박태완 울산 중구청장


이제 아침저녁으로 날 선 찬바람이 품을 파고든다. 다른 해보다 부쩍 일찍 찾아온 추위. 이렇게 날이 추워질 때면 으레 우리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해마다 TV와 신문에서는 경제가 어렵다는 이야기가 계속해서 흘러나왔지만, 코로나19가 발생한 지난해부터는 상황이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힘들어졌다.


모두가 불안하고 고통스러운 시간이지만, 소외된 이웃들에게는 그 고통의 무게가 더 클 수밖에 없다. 코로나19는 경제적 위기와 빈곤,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켰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각종 복지 시설은 문을 닫았고, 사회적 교류도 줄어들면서 이웃 간의 거리는 더욱 멀어졌다.


하지만 이렇게 팍팍한 현실 속에서도 따스한 정은 살아 숨 쉬고 있다. 오늘은 나보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나눔을 실천하며 지역 사회에 온기를 전하는 이들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얼마 전, 우정동 행정복지센터에 한 50대 남성이 찾아왔다. 이 남성은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채 어려운 이웃에게 전해달라며 직원에게 비닐봉지 하나를 건넸다. 그 안에는 지폐 20여 장과 100원, 500원짜리 동전 등을 합쳐 7만4500원이 들어있었다. 얼핏 봐도 조금씩 아껴서 모은 돈임을 짐작하게 했다.


놀라운 점은 기부자 본인도 차상위계층으로 어렵게 생활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넉넉하지 않은 살림에도 중고 물품을 수리·판매해 번 금액을 나보다 더 힘든 이웃을 위해 선뜻 내놓은 것이다. 그의 선행은 많이 가져야 나누는 것이 아니라, 나누려는 마음이 중요하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또 다른 날, 복산1동 행정복지센터에는 쌀 네 포대가 배달됐다. 보낸 이는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채 자신을 지난 2008년 행정복지센터에서 근무했던 공익요원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남긴 쪽지에는 “당시 주변에 어려운 이웃이 많아 마음이 아팠고 나중에 자리를 잡으면 꼭 기부하고 싶었다”라는 내용이 쓰여 있었다. 10년이 넘는 긴 세월이 흘렀지만, 옛 다짐을 잊지 않고 나눔을 실천한 것이다.


이 밖에도 우리 주변엔 작은 것 하나라도 함께 나누고자 하는 이들이 많다. 명절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채 쌀과 음식을 보내오는 기부자들, 매달 정기적으로 수익금을 기부하는 착한 가게들, 나눔 냉장고에 꾸준히 식품과 생필품을 가득 채워주는 주민들, 고사리손으로 직접 만든 빵을 기부하는 아이들까지….


나눔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어렵거나 거창한 일이 아니다. 많은 것, 값진 것을 나누지 않아도 충분히 의미 있다. 나눔의 크기보다는 어떤 마음으로 나누느냐가 더 중요하다.


또 ‘한 사람의 열 걸음 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이 낫다’라는 말이 있다. 이처럼 나눔도 한 사람의 통 큰 기부보다 여러 사람의 작은 정성이 모였을 때, 우리 사회가 더 따뜻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가을이 좀 더 깊어지면 시린 겨울이 온다. 소외된 이웃들에겐 더 고단한 계절이다. 이번 겨울엔 주변을 돌아보고 나누는 따뜻한 마음들이 더 많아지길 기대해 본다. 코로나19의 긴 터널 끝, 이웃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며 함께 새로운 희망을 그리는 겨울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