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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완-‘314만 주민 희생 강요 그만’…원자력 안전교부세 신설이 답이다-20211104 울산매일

원자력 발전 ‘양날의 검’…효율적이지만 큰 위험

울산 등 원전 영향 16곳 피해 우려…보상법 없어

‘원자력 교부세’ 신설해 안전 강화·여건 개선해야  



▲ 박태완 전국 원전 인근지역 동맹 회장(울산 중구청장)


우리나라 전력 생산의 약 30%를 차지하는 원자력. 4차 산업 시대가 도래하면서 신재생에너지가 주목받고 있지만, 아직까지 연료비 단가가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원자력 발전은 에너지 생산의 거대한 한축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원자력 발전은 양날의 검이다. 원자력 에너지는 매우 효율적이지만 그만큼 큰 위험을 품고 있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 35주기, 후쿠시마 원전 사고 10주기. 적잖은 시간이 흘렀지만 원전 사고가 남긴 재앙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방사능 재난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원전의 공포는 다른 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나라에선 지난해 태풍으로 인해 원전 6기가 멈춰 서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올해 경주 월성원전 부지 안에서는 삼중수소와 세슘 등 방사성 물질이 검출돼 뜨거운 논란이 일었다. 이뿐만 아니다. 월성원전 부지 내 건설하고 있는 ‘사용후 핵연료’ 임시저장시설, 일명 맥스터 증설 문제도 ‘뜨거운 감자’로 남아있는 상태다. 이렇게 원전 안전에 대한 논란이 잊을만하면 반복되면서 원전 인근 지역 주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원전 사고의 피해는 광범위하다. 정부는 방사능 누출 사고가 발생할 경우 피해가 예상되는 원전 반경 20~30km 이내 지역을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으로 지정했다. 울산은 월성원전 및 고리원전, 새울원전 반경 30km 이내에 위치하고 있다. ‘방사선 비상계획구역’, 즉 원전 인근지역에 포함되는 지자체는 울산 중구를 포함해 전국에 16곳. 해당 지역들은 원전의 영향권 내에 있어 방사능 재난 시 심각한 피해가 우려되는 곳들이다. 

하지만 원전에서 5km 이내에 위치한 원전 소재지는 다양한 직·간접적 지원 및 보상을 받고 있는 것과 달리 원전 인근 지역은 재정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관련 보상 법안이 없기 때문이다. 

모순적이게도 지원은 없지만 책임은 따라온다. 원전 인근 지역은 방재 시스템을 구축하고 해마다 방재 훈련·교육 등을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지원이 없으니 이 모두가 자체 예산으로 이뤄진다. 가뜩이나 부족한 기초자치단체의 재정으로 원전 방재 대책까지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다. 원전 정책을 수립할 때 원전 인근 지역의 의견은 뒷전이다. 경주 월성원전 사용후 핵연료 임시저장시설(맥스터) 증설을 논할 당시에도 울산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는 철저히 배제됐다. 이렇다 보니 원전 인근지역 주민들이 느끼는 박탈감은 나날이 커져가고 있는 상황이다. 

원전으로 인한 위험 부담은 나눠지고 있지만, 혜택은 일부에게만 돌아가고 있는 이 불합리한 제도를 하루빨리 개선해야 한다. 그 방법이 바로 ‘원자력 교부세’ 신설이다. 

교부세가 지원되면 이를 원자력 전담 부서 설치 및 운영, 방사능 방재 시스템 자체 구축 등에 활용해 원전 안전을 지금보다 크게 강화할 수 있다. 또 위험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정주여건 개선 및 복리 증진을 위한 다양한 지역 발전 사업도 추진할 수 있게 된다. 

원자력 안전교부세 신설을 골자로 하는 지방교부세법 일부개정안 입법을 외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지난해 6월 발의된 해당 법안은 아직까지 국회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더 이상 시간을 허비해선 안 된다. 그 어떤 이유도 안전 위에 설 순 없다. 정치권과 국민들도 원전은 일부 지자체만의 문제가 아니라, 나라 전체의 문제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원전이 처음 가동된 이후 어느덧 43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원자력 안전교부세 신설은 오랫동안 환경권을 박탈당해온 전국 원전 인근 16개 지역, 314만 국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보상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지금까지 그래왔다는 이유로 더 이상 희생을 강요해선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