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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민정-우리의 들을 권리를 지켜주세요!-20211217 경상일보



▲ 경민정 울산 울주군의회 행정복지위원장


필자가 지난 4월 발의한 ‘울산 울주군 청각·언어장애인 의사소통권 보장 및 한국수화언어 활성화 지원 조례’는 제목에 적시된 청각장애인의 한 줄 민원으로 탄생했다.


2020년 3월, 민원청취를 위해 언양에 위치한 수어통역센터를 처음 방문했을 때 그 자리에 참석했던 청각장애인들의 눈빛이 지금도 생생하다. 10여명에 가까운 청각장애인들이 오직 수어 통역사 한 사람의 손끝에 의지한 채 의원이랍시고 찾아와 마주 앉은 어린 사람의 이야기를 한마디라도 더 알아듣기 위해 집중해 주신 그때의 그 모습에서, 이루 말할 수 없는 죄송함이 밀려왔으며 한편으로 의원이 지닌 배지의 무게를 한없이 실감할 수 있었다.


청각장애인 어르신들께서 자주 쓰셨던 수어는 ‘답답하다’(주먹을 말아쥐고 가슴을 퉁퉁 치는)였다.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하지 못한 세월이 너무 길어 가슴에 한이 맺힌다’고 하셨을 땐, 이 어르신들의 답답함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릴 수 있다면 온갖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들리지 않는다는 것은 세상과의 단절’로 이어지게 되고 이것은 교육기회의 단절로 고스란히 귀결됐다. 청각장애인의 높은 문맹률이 이 사실을 반증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청각장애인들의 사회적 고립은 더욱 고착화 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들리지 않으면 문자로 얘기하면 되지’ 라고 쉽게 말해선 안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청각장애인들이 소통의 답답함을 느끼는 이유는 너무나 분명하다. 전국의 40만6968명의 청각장애인 인구 가운데 무려 1만명에 가까운 9596명이 울산에 거주하고 있다. 하지만 수어통역센터는 단 두 곳이며 수어통역사는 울산시 전체를 통틀어 고작 15명에 불과하다. 수치상으로만 본다면 수어통역사 한 명당 640명의 청각장애인을 관리하고 있는 셈이어서, 청각장애인들이 실질적인 도움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은 불보듯 뻔한 현실이다.


필자는 장애인의 불편 사항을 보완해주기 위해 국가가 당연히 제공해야 할 복지서비스가 사회적 약자를 위한 배려로 둔갑돼 그저 형식적으로 구색만 갖춰놓은 듯한 복지현실을 지켜보며 청각장애인들과의 대화를 통해 도출된 단합된 의지를 조례 제목에 담아내었다.


‘울주군 청각·언어장애인의 의사소통권 보장 및 한국수화언어 활성화 지원 조례’는 그렇게 탄생되었고 전국 최초로 ‘의사소통권 보장’이라는 문구를 제목에 삽입했다는 것과 청각장애인 당사자들과의 끊임없는 소통의 결과물로 탄생했다는 점에서 더욱 큰 가치를 지닌다.


필자는 본 조례 제정으로 울주군 농아인협회 울주군지회로부터 받은 감사패를 시작으로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1급 포상과 한국매니페스토 약속대상에서 우수상에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는데 이 중 가장 의미 있는 상을 꼽으라면 단연 ‘감사패’이다.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어려운 복지영역의 한계에 부딪혔을 때 한결같은 믿음으로 함께 해보자며 용기를 북돋워 주셨던 소중한 군민으로부터 부여된 상이기 때문이며 이 감사패로 인해 희망을 얻게 되었기 때문이다. 군민을 위해 헌신하기 위해 의원이 되었는데 오히려 군민들로부터 용기를 얻고 있으니 필자는 참 복이 많은 사람인 듯하다.


‘모든 사람이 수어를 할 수 있다면 청각장애는 더이상 장애가 아닐 것이다. 우리의 들을 권리를 지켜달라’는 어느 청각장애인 어르신의 민원이 다시 한번 가슴에 새겨지는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