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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권-정원도시 북구-20220107 경상일보


▲ 이동권 울산 북구청장


울산시 북구 호계동. 우리 집 앞에는 뉴욕의 센트럴 파크 못지 않은 멋진 정원이 있다. 이 정원은 남쪽으로 태화강 둔치까지, 북쪽으로는 경주시와의 경계인 이화마을까지 이어진다. 12.3㎞에 이르는 정원 이름은 ‘하나로’다. 10년 전 쯤 정원이 만들어 질 때 북구의 남과 북을 하나로 잇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2021년 말 집 앞을 지나던 철도가 산 아래로 옮겨가고 북울산역이 문을 열었다. 철로가 있던 자리는 시나브로 바뀌어 갔다. 나무와 꽃이 하나둘 늘어나더니 전국에서 가장 긴 숲이 만들어졌다. 하나로 정원은 우리 동네 뿐만 아니라 효문동, 송정동, 중산동 등 북구 곳곳 작은 동네정원과도 이어져 있어 접근하기도 매우 좋다. 게다가 정원 주변으로는 오밀조밀 상권도 형성돼 활기가 넘친다. 아이들은 정원에서 보드를 타거나 삼삼오오 모여 게임을 즐기고, 어른들은 아이들이 잘 보이는 주변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책을 읽는다.


주말이면 가족들과 함께 태화강까지 이어진 산책로를 따라 걷고, 억새정원에서 낭만을 즐긴다. 울산대공원이나 태화강대공원, 인근 경주를 찾아 다니던 주변 이웃들도 이제는 차를 타고 멀리 가지 않는다. 사람들은 도심에 녹색공간이 늘어나니 삶의 질이 높아졌다고들 말한다. 이제 곧 이 정원이 지방정원이 된다고 한다. 태화강 국가정원에 버금가는 정원이 될 것 같다.


누군가는 상상해 볼 법한 북구의 10년 후 모습이다. 최근 우리 구는 정원도시 조성 추진 기본계획을 마련하고, 본격 사업을 추진하기에 앞서 울산시와 기업, 주민단체와 정원도시 조성 공동참여 협약을 체결했다. 코로나19 유행과 기후변화 등은 사람들의 생활환경과 인식을 바꾸고 있다. ‘힐링도시’ ‘녹색도시’는 시대적 흐름에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로 자리잡았다.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정책도 바뀌어 가고 있다. 정부기관은 환경과 사람이 중심이 되는 지속가능한 발전인 그린뉴딜정책을 펼쳐 나가고, 주요 기업들은 친환경과 사회적책임을 키워드로 하는 ESG 경영에 집중하고 있다. ‘탄소중립’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현상이다. 세계 각국이 법망으로 탄소를 제한하고 있고, 투자회사들은 탄소 배출 기업에는 더이상 투자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도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 ‘정원도시’야 말로 시대적 흐름에 적합한 도시의 정체성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단순히 도심에 꽃과 나무를 심어 미세먼지를 줄여보자는 환경운동이 아니다. ‘정원도시’ 브랜드는 북구의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주요 키워드라 할 수 있다.


울산시는 지난 2004년 에코폴리스 도시를 선언하고, 공해도시의 오명에서 벗어나고자 안간힘을 썼다. 그 결과 태화강은 ‘죽음의 강’에서 ‘생명의 강’으로 탈바꿈하며 여러 도시의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공업도시 울산은 생태도시라는 또 다른 이름을 얻었고, 태화강 일원은 국가정원이 되었다.


남구에는 울산대공원이, 중구에는 태화강국가정원이, 동구에는 대왕암공원이, 울주군에는 울산수목원이 있다. 그러나 북구에는 이렇다 할 공원도, 정원도 없는 상황이다. 그간 도심을 가로지르는 도로와 철도, 도심 가운데 위치한 공항과 개발제한구역은 공원이나 정원 등이 들어설 수 없는 도시공간을 만들었다.


그런데 변화가 생겼다. 지난 연말 동해남부선 철도가 이전하고 도심에는 축구장 400여 개 면적의 폐선부지가 생겨났다. 폐선부지에 녹지를 조성하고 기존 미세먼지 차단숲과 도시바람길숲 등을 잘 연계하고, 주민과 기업의 참여를 이끌어 낸 공동체 정원을 활성화한다면 앞서 언급한 상상도 충분히 현실이 될 수 있다. 이미 민간봉사단체인 북구 도시숲가꾸기추진위원회가 발족해 활동을 하고 있고, 지역 기업체들도 함께 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만큼 정원도시 북구의 미래는 밝다.


제조업 중심의 회색 도시구조에서 정원산업과 문화의 옷을 입은 정원도시로의 전환은 미래 성장동력으로서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도시의 정체성을 바꾸는 일은 수십년이 걸리는 작업이다. ‘정원도시 북구’의 시작은 지금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