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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호-감사를 생각하다-20220110 경상일보



▲ 이선호 울산시 울주군수


젊었을 때는 새해가 되면 으레 바라는 일이 이루어지길 바랐다. 소원을 빌며 기대감으로 새해를 시작했었는데 나이 오십이 넘어서부터는 ‘지금처럼만 건강하기’ ‘큰 사건사고 없기’처럼 무사히 한 해를 보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앞선다. 기대가 줄어든 것도 있지만 지금 가진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커진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올해 전 국민의 소원은 ‘코로나 종식’일 것이다. 신종코로나로 잃어버린 것들이 많은 탓이겠지만 어차피 지금을 살아야 하기에 현재에 집중을 해보면 어떨까. 미래에 있는 마음을 지금으로 가져오면 우리 삶이 조금은 풍족해질 수 있다.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결핍보다는 감사함으로 채울 수 있는데 자연에서 그리고 지역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지난해 말에는 울주 범서읍 입암들에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지난해 초 농약을 먹고 쓰러졌다가 치료를 받고 몽골로 갔던 독수리가 돌아온 것이다. 치료를 마친 독수리에게 붙인 윙태그 덕분에 울산과 몽골 왕복 4600㎞를 다녀온 것이 확인됐다. 범서를 잊지 않고 다시 찾아와 준 독수리가 기특하다. 전 세계가 코로나에 시달리고 있지만 독수리들의 삶은 계속되고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독수리는 천연기념물이자 멸종 위기종이다. 울주군이 독수리의 안식처로, 독수리를 보호하는 일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에는 태화강에 연어도 돌아왔다. 태화강생태관에서는 매년 10월초부터 11월말까지 연어를 포획해 얻은 연어 알을 인공부화·배양한 뒤 어린 연어로 성장시켜 매해 3월쯤 태화강에 방류하고 있다. 코로나도 북태평양 전역을 회유하는 연어의 여정을 막지 못했다. 우리의 삶은 코로나로 반쪽짜리가 되었지만 독수리와 연어에게는 울주가 안전한 고향이 되어 기쁘다.


더불어 지난해 12월에는 언양읍 구수리 태화강에서 멸종위기 1급 호사비오리가 발견됐다. 과거 오염된 태화강을 생각하면 천지가 개벽할 정도의 발전이다. 기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반쪽자리 우리의 삶에도 살 만한 곳이라는 희망은 있다. 코로나로 경제가 어려워지고 살림살이가 더욱 팍팍해지는 때에도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은 줄어들지 않았다. 마스크를 구하기 어려운 때에는 손수 만든 마스크 기부 행렬이 줄을 이었고, 겨울철 먹거리를 걱정하는 마음은 라면과 백미, 김장김치 기부로 추위로 얼어붙은 마음을 녹였다. 취약계층 집수리에도 온정의 손길이 이어졌고, 읍면에는 익명의 기부자가 몰래 성금을 두고 가는 사례도 있었다. 코로나로 예전보다 몸과 마음에 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지역 사랑을 변함없이 실천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사랑이 번진다.


수년째 지속되는 코로나로 몸과 마음이 너덜너덜해졌지만 수천㎞를 이동해 울주를 찾아준 생명체들과 힘든 상황에서도 어려운 이웃돕기를 실천해 주신 따듯한 마음 덕분에 울주는 그래도 살 만한 터전이다.


세상에는 인간의 의지와 상관없이 일어나는 일들이 많다. 살면서 얻은 교훈이지만 상황을 대하는 마음은 그 상황을 부정하기보다는 긍정적 의미를 찾을 때 보다 수월해졌다. 코로나에도 내 삶을 지탱해 주는 것들을 생각해보자. 개인적으로는 지난해 2월부터 시작한 금연으로 체중은 조금 늘었지만 건강해진 것, 가족 모두가 무탈한 것이 지난해를 잘 보낼 수 있게 해 준 힘이었다. 매일 아침 눈을 떠서 하루를 시작하고 두 다리로 걸어 다니며 사람들을 만나고 얘기를 나누는 것처럼 그 어느 하나도 감사하지 않은 것이 없다.


특히 울주군에 살며 울주군민을 위해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한다. 여러분도 감사할 일을 찾아보시기 바란다. 예전보다 삶의 밀도가 높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