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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경-광안대교와 울산대교-20220214 울산매일



▲ 강혜경 울산 중구의회 행정자치위원장·학술박사


설, 부산 나들이…‘부산항’ 거울에 울산 비춰보니

광안대교 같은 울산대교 있지만 뷰 포인트 없어

같은 항구도시·현수교지만 ‘명소’ 만들지 못해


설 연휴에 부산 해운대로 나들이를 하고 왔다. 늘 주문해서 먹던 커피 원두가 설 명절 택배 사정으로 배달이 안 된다고 해서 커피 구매를 위해 송도에 있는 로스팅 가게로 길을 나섰다. 특히 이번 나들이는 오랜만에 가족 전원이 모였기에 작은 호사를 부리고 싶었다. 지난 1월에 21개월의 현역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아들과 평소 외출을 잘 안 하는 딸까지 나서줘서 마음이 조금 들뜨기도 했다.


길을 나선 김에 아이들에게 선사시대 환호유적인 울주 검단리 유적지를 보여준 뒤 온양고개를 넘은 다음 남창에서 고속도로로 길을 달렸다. 도중에 남편 절친이 그 길을 지나칠 때마다 화제로 삼았던 외출 잦은 며느리 붙잡아두려고 문을 열었다는 편의점 얘기로 한바탕 웃고, 까마득한 옛날 친정아버지가 홍시 한접을 짊어지고 남창장에 가시다가 넘어져서 낭패를 당했다는 얘기도 웃으면서 나눴다.

설 전 휴일이라서 그런지 고속도로는 비교적 한산했다. 우리 차는 구입한 지 13년째가 돼 털털거리는데 하필이면 하이패스 단말기도 고장 나서 정말 오랜만에 통행카드를 일일이 뽑느라고 남편은 투덜거린다. 센텀시티를 공중에서 내려다보면서 광안대교를 지나고 이어서 부산항대교를 지났다. 이 대교에서 바라보는 부산시가지 풍경은 나날이 새롭다. 딸아이는 초등학교 때 아빠를 따라서 페리를 타고 일본 갔던 때를 얘기한다. 그때는 이 다리 공사가 한창이어서 높은 교각을 보고 놀랐더란다.

오랜만에 찾은 카페도 주변이 크게 바뀌었다. 주인인 박 사장님은 전국적으로 알려진 유명한 바리스타다. 우리 부부는 박 선생이 삼산동에서 카페를 하던 22년 전부터 이집 원두만 주문해서 마시고 있다. 그 분이 볶은 강배전 원두는 깊고 그윽해 코끝을 스치는 향기부터 다르다. 바리스타 박선생이 내려주는 황홀한 커피맛은 그대로인데, 카페 앞 송도바다는 공사 중인 아파트로 가로막혀서 세로로 찢어놓은 창호지만큼도 보이지 않는다. 처음 박선생이 고향 부산으로 유턴해서 이 가게를 지었을 때는 송도바다가 한눈에 들어왔는데, 언덕에 자리 잡은 이 가게의 가장 큰 매력 하나가 사라지고 말았다. 물론 바리스타 박선생의 커피 맛은 날로 그 깊이를 더해가서 이제는 전국에서 주문이 몰리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향긋한 케냐 원두로 몸을 녹이고 돌아오는 길은 일부러 내비를 끄고 달렸다. 자갈치, 남포동, 부산역을 거쳐서 부산진 시장 부근에 있는 자성대공원을 찾았다. 임진왜란 때 부산진첨사 정발장군이 왜군 대병과 맞서다가 장렬하게 전사한 곳과는 약간 거리가 있지만, 조선후기 부산진성 자리다. 성문이 복원돼 있고 조선통신사 전시관이 만들어져 있었다. 전시 내용은 다소 실망스러웠지만, 버려지다시피 방치돼 있는 우리나라 최초의 환호유적 검단리 유적지에 비하면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여기서부터 해운대까지는 부산지하철 2호선 위 수영로를 따라서 달렸다. 경성대 정문을 지나서 딸아이가 가끔 콘서트를 보러 들렀다는 부산 KBS방송국 앞에서 수영로를 버리고 비스듬히 광남로를 달려서 미리 봐둔 해운대 해변 영화의 거리에 있는 레스토랑을 찾았다.

식당 앞 해변은 일몰풍경을 카메라에 담는 사람들로 붐볐다. 우리도 오후 6시도 되지 않았기에 여유를 부리면서 석양에 물들어가는 광안대교부터 찍고 식당으로 들어가니 대기표를 작성하란다. ‘창가 좌석 4명’을 적고 돌아서 나왔다. 새삼 해가 떨어져서 조명이 들어오기 시작하는 광안대교와 센텀일대를 다시 돌아보았다. 동쪽으로는 누리마루와 웨스틴 조선 호텔이 보이고 서쪽으로는 시야 가득 명물 광안대교가 화려한 조명을 받고 검은 바다 위에 길게 몸을 누이고 있다.

울산에도 광안대교와 같은 현수교인 울산대교가 있지만 이렇게 다리를 조망하고 카메라에 담을 수 있는 포인트는 없다. 울산대교가 걸려있는 위치가 공단 한가운데로 엄격하게 보안관리가 되고 있는 것도 그렇지만 다리가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조망되는 뷰포인트가 없는 것이 더 문제다. 한곳을 추천한다면 장생포 고래문화마을 위의 공원이나 5D 영상관 위치가 있지만, 울산대교 조망을 고려한 공간디자인이 돼 있지 않아서 무용지물이다. 오랜만에 찾은 부산항이라는 거울에 우리 울산을 비쳐 보았다. 같은 항구도시이고, 현수교를 지었지만 우리는 광안대교 같은 명소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공업도시라서 그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