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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권-산불이 우리의 봄날을 빼앗지 않도록-20220329 울산매일



▲ 이동권 북구청장


해마다 봄이면 대형 산불 발생…올해 특히 많아

북구, 산불예방 캠페인·진화 훈련 등 지속 실시 

사소한 불씨도 지나치지 않는 주민 관심 더 중요 


3월 9일 대통령선거 개표 방송이 한창이던 시간, 북구 천곡동 일원에 산불이 발생했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경북과 강원도 동해안 일원에 산불이 이어지고 있을 때라 마음을 졸이고 있었던 터였다. 재난상황 발생에 따라 직원들이 소집됐고, 필자도 현장으로 출발했다. 매캐한 연기가 가득한 현장에서 산불진화대와 직원들은 분주히 움직였다. 산불전문진화대원들과 소방관들이 큰 불을 잡은 후에 직원들이 물이 담긴 등짐펌프를 메고 야산을 올랐다. 야간인데다 등산로가 아니라 오르기가 까다로워 진화대와 직원들의 안전 확보가 어느 때보다 중요했다. 


수일간 이어진 동해안 산불 탓에 인근 주민들의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큰 불이 잡힐 때 까지 주민들은 마음을 졸여야 했다. 다행히 민가와 떨어진 곳이라 민가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오후 8시께 발생한 불은 11시께 주불이 잡혔고, 새벽 2시께 잔불 정리도 어느 정도 끝이 났다. 건조한 상황이 지속됐기 때문에 잔불 감시는 밤새 이어졌다. 큰 불로 번지지 않아 다행이었다.

해마다 봄이면 대형 산불이 발생한다. 올해는 특히 심각한 가뭄으로 어느해 보다 산불이 많이 나고 있다. 

3월 4일 울진에서 발생한 산불은 정확한 원인과 피해면적을 조사 중이지만 10일 동안 이어져 울진과 삼척 일원 약 2만923ha의 산림이 사라졌고, 비슷한 시기에 발생한 강릉 산불은 동해시까지 포함해 약4,000ha의 산림을 태웠다. 해당 기간 합천과 영월, 울주 등 전국적으로 크고 작은 산불이 발생했고, 우리 구에서도 올해 들어 천곡동을 포함해 4건의 산불이 났다.

올해 봄철 전국 산불발생 현황을 보면 3월 15일 기준 총 293건이 발생, 최근 3년 평균(170건)과 비교하면 170% 이상 증가했다. 미국이나 캐나다에서는 종종 자연발화로 산불이 나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산불 대부분은 입산자 실화, 건축물 화재, 소각행위, 담배꽁초 투기, 방화 등 인위적 원인으로 발생한다. 조심한다면 얼마든지 줄일 수 있다는 말이다.

산불은 산림 피해만 가져오지 않는다. 특히 봄철 산불은 건조한 기후와 강한 바람을 타고 큰 불로 이어지고, 이번 울진 산불에서 봤듯이 거센 화마는 강이나 도로를 건너 주택가나 공장, 원자력발전소, 가스기지 등 국가기간산업까지 위협한다. 

산불이 발생하면 적게는 수십 명에서 많게는 수만명의 공무원과 소방대원, 경찰, 지역주민 등이 동원되고, 신속한 진화를 위해 헬기와 산불진화차량, 소방차 등 수많은 인력과 장비가 투입된다.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엄청나다. 뿐만 아니다. 불을 다 끄더라도 황폐한 산림을 복구하는 데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불에 타 죽은 나무는 병해충과 같은 2차 피해를 유발하므로 벌채해 정리해야 하고, 숲이 빨리 조성되도록 어린 나무도 심어야 한다. 또 나무가 없는 산은 물을 저장하는 기능을 잃어버리기 때문에 여름철 산사태와 같은 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인공 사방시설도 설치해야 한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산불이 발생한 지역이 제 모습을 찾기 위해서는 숲의 골격을 갖추는 데 30년 이상이 걸리고, 야생동물과 미생물 등 먹이사슬의 체계가 확립되고 토양 등 생태계 전체를 회복하는 데는 100년 이상의 긴 세월이 필요하다. 이마저도 외관상 예전과 비슷하게 돌아가는 것일 뿐 원래의 자연으로 복구되는 시간은 더 필요할 지 모른다.

5월 15일까지 산불조심기간이고, 4월 중순까지는 대형산불 특별대책기간이다. 야외활동이 늘어나고 본격 영농철도 시작돼 산불을 가장 조심해야 할 시기다.

우리 구는 각종 소각행위나 등산객 실화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산불감시원과 산불전문예방진화대 등 51명이 아침부터 밤 10시까지 산과 인접한 경작지와 마을 곳곳을 다니며 산불예방 홍보활동을 하고 취약지점도 살핀다. 화동못, 천마산 편백산림욕장, 송정박상진호수공원과 같은 주요 등산로 입구에서는 산불예방 캠페인을 벌인다. 산불이 발생하면 초기진화가 가능하도록 산불진화차, 동력분무기 등 진화장비를 수시로 정비하고, 진화대원 산불진화 훈련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신속하고 안전한 산불대응을 위해 18개 관련 부서장들이 모여 산불예방, 진화는 물론 주민대피, 안내 등 종합적인 재난대응 체계 개선방안 회의도 열었다. 이런 대책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산불예방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이다. 사소한 불씨가 큰 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코로나19라는 전례 없는 감염병이 우리 사회를 움츠리게 한 지도 2년이 넘었다. 그래서 우리에게 봄날의 소중함은 더 절실해 졌다. 산불이 우리의 봄날을 빼앗지 않도록 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