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태완 울산 중구청장
얼마 전 식목일을 맞아 입화산에 편백나무를 심었다. 자그마한 어린 묘목들이 자라나 울창한 숲을 이룰 것을 생각하니 마음 한 켠이 든든해졌다.
새로운 생명력으로 넘치는 숲을 보며 나무를 심는 것 못지않게 산불과 같은 재해로부터 숲을 보호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해 다시금 생각했다.
예고 없이 발생한 산불은 많은 것을 집어삼켰다. 지난 3월 4일 경북 울진군의 한 야산에서 시작돼 삼척으로 확산된 산불은 역대 최장기간인 무려 213시간 동안 이어졌다.
이 불로 주택과 공장, 창고, 농·축산시설 등 600여개가 넘는 시설이 소실됐고, 300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했다. 2만 923㏊, 서울의 3분의 1이자 축구장 3만여개에 달하는 푸른 숲은 순식간에 시커먼 잿더미로 변해버렸다. 이는 지난 1986년 산림통계가 시작된 이래 가장 큰 피해다. 역대급 피해에도 산불의 원인은 아직까지 정확하게 규명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울진을 비롯해 최근 들어 전국 곳곳에서 산불이 잇따르고 있다. 올해 1월 1일부터 지난 3월 14일까지 발생한 산불은 모두 293건.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33건의 2.2배에 달한다.
그렇다면 올해 유독 대형 산불이 잦은 원인은 무엇일까? 우선 최근의 기후 상황을 원인으로 들 수 있다. 기상학계에서도 지구온난화로 인한 50년 만의 가뭄이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지난 가을부터 극심한 가뭄이 이어졌다. 이로 인한 건조 현상은 산림 내 수분 함량을 10% 내외로 줄여 작은 불이 쉽게 큰 산불로 번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또 다른 이유로는 불에 약한 침엽수가 많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우리나라 산림의 37%가량은 침엽수로 구성돼 있다.
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침엽수인 소나무는 잎과 가지에 테르핀 등의 정유 물질을 함유하고 있어 불이 잘 붙고 거세게 타오르기 때문에 대형 산불의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이도 문제지만 사실 대부분의 산불은 인재(人災)에서 비롯된다. 최근 10년간 산림 화재를 원인별로 살펴보면 입산자 실화(失火)가 1,594건(33.6%)으로 가장 많고, 논·밭두렁 소각 717건(15.1%), 쓰레기 소각 649건(13.7%) 순이었다. '이쯤이야' 하는 사소하고 부주의한 행동이 소중한 산림 자원을 송두리째 앗아가고 있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를 재난에 대비하기 위해 중구는 지난해 11월 산불조심 기간이 시작된 이후 지역 내 주요 숲에 산불감시원 및 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 20명과 진화차 2대를 투입해 꾸준히 산불 감시 및 산불방지 위반 행위 등을 단속하고 있다.
관계 공무원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다양한 예방 활동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덕분에 중구에서는 아직까지 산불이 발생하지 않았지만, 이러한 노력만으로 모든 산불을 막기엔 부족함이 있다. 푸른 산을 지키기 위해서는 주민 한 명 한 명의 경각심과 노력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봄은 만물이 소생하는 시기인 동시에 대형 산불과 싸워야 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무심코 버리는 조그마한 불씨 하나도 순식간에 화마(火魔)로 돌변할 수 있다. 산불 예방을 위해서 몇 가지를 꼭 기억하자.
산에 오르기 전 라이터, 버너 등의 화기나 인화 물질은 반드시 집에 두고 가야 한다. 또 산림과 가까운 곳에서 허가 없이 논·밭두렁을 태우거나 영농 쓰레기 등을 소각해서도 안 된다. 이 밖에 지정된 장소 외에서 불을 피우거나 취사를 하는 것도 금지된다.
숲은 수 십 년의 세월과 많은 사람들의 노력을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숲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감싸 안는 치유의 공간이자 녹색 성장의 기반이 되는 소중한 미래 자원이다. 우리는 이런 숲을 잘 활용하고 가꿔 다음 세대에게 물려줘할 책임이 있다. 이를 위해선 숲이 불타는 것은 한순간이지만, 훼손된 산림을 복구하는 데는 백 년이 넘는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작은 관심과 실천으로 산불 없는 중구가 되길, 아울러 이번 대형 산불로 인해 삶과 생계의 터전을 잃은 피해 이웃들이 하루빨리 행복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