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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권-장애인이 편하면 모두가 편하다-20220420 울산매일



▲ 이동권 북구청장


꿈꾸는 ‘차별 없는 세상’ 여전히 물음표

이동권보장 목소리에 다시 귀 기울이길

국가·사회, 제도적 뒷받침 적극 노력을


26만3,957명, 2022년 3월 말 현재 우리나라 등록 장애인 숫자다. 대한민국 인구의 5.11% 정도로, 국민 20명 중 1명 꼴이다.


1972년 4월 20일 지금의 한국장애인재활협회의 전신인 한국신체장애자재활협회에서 주관한 ‘재활의 날' 행사가 처음으로 열렸다. 

이후 민간행사로 계속 진행되다가 1981년 UN총회에서 장애인의 완전한 참여와 평등을 주제로 ‘세계 장애인의 해'를 선포한 것을 계기로 우리나라에서도 그 해 4월 20일 정부 주관으로 제1회 장애자의 날 기념행사가 열렸고, 1989년 12월 전면 개정된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1991년부터 ‘장애인의 날’이 법정기념일로 지정돼 올해로 42회를 맞았다.

돌이켜보면 지난 반세기를 거쳐 오며 장애인에 대한 시민 인식은 물론 장애인복지 및 제도에도 많은 변화와 발전이 있었다. 그 결과 아무리 주차할 곳이 없어도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은 비워두고, 건물이나 시설물을 건립할 때면 장애인편의시설을 제일 먼저 고려하는 것이 상식이 됐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장애인들이 꿈꾸는 차별 없는 세상이 됐는가 하는 질문에는 여전히 물음표를 붙일 수 밖에 없다.

서울시에서 근무할 때 장애인들이 자신들의 이동권을 보장받기 위해 휠체어에 의지해 불편한 몸을 이끌고 지하철역에 나와 집단행동을 하는 것을 수차례 접했다. 수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그 때와 똑같은 내용을 연일 매스컴에서 접하고 있다.

의사를 전달하는 방식의 옳고 그름을 떠나 장애인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분명하다. 비장애인에게는 그저 조금 불편한 것이 장애인에게는 생존의 문제가 될 수도 있음을 알리고 싶어 하는 것이다.

최근의 장애인 이동권 관련 이슈들이 우리 사회가 그들의 목소리에 한번 더 귀 기울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울산시에서는 노약자를 위한 저상버스 및 전용택시 확충 등 이동권 보장을 위한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니 이 부분은 점차 좋아지리라 기대한다.

혹자들은 장애인단체가 요구만 많은 이기적인(?) 집단이라 매도하기도 한다. 하지만 필자가 지금껏 만나본 장애인 또는 장애인단체 회원들은 그저 자신들에게 부여된 정당한 권리를 나름의 방식으로 주장하고 그 권리를 찾기 위해서 노력하는 평범한 이웃이었다. 학교를 졸업하면 막상 갈 곳이 없는 장애인들의 막막한 마음과 훌쩍 덩치가 커버린 발달장애인을 둔 부모의 안타까운 마음도 여러 곳에서 들었다.

아직은 불편이 남아 있는 도로와 편의시설, 여러 유형의 장애인들의 다양한 복지수요를 담아내기에는 부족한 복지서비스 등 기초자치단체의 복지행정을 책임지고 있는 입장에서 생각하면 모든 분들의 권리를 다 충족할 만큼 재정적으로, 제도적으로 지원할 수 없어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더 크다.

그러면 장애인들이 바라는 사회는 어떤 사회일까?

내가 사는 동네 장애인복지관에서 상담을 통해 재활서비스나 나에게 맞는 맞춤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보다 쾌적한 환경의 장애인보호작업장(직업재활시설)에서 기술을 익혀 한 사람의 당당한 사회구성원으로 자립을 꿈꿀 수 있고, 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돼서도 발달장애인평생교육센터에서 다양한 수업을 들을 수 있고, 나의 건강관리를 위해 장애인 전용 체육시설도 마음껏 이용할 수 있고, 전국 어디든 내가 가고 싶을 때 언제라도 손쉽게 이동할 수 있고, 동네 식당이나 카페를 아무런 불편 없이 드나들며 가족 또는 친구와 함께 밥을 먹고 마음 편히 커피 한 잔 할 수 있는 사회, 그것이 바로 장애인들이 행복한 사회이자 그들이 바라는 사회가 아닐까 한다.

장애인은 결코 우리와 멀리 있는 존재가 아니다. 등록장애인 10명 중 9명 이상은 질병이나 사고로 인한 후천적 장애인이다.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장애를 갖지 않더라도 필연적으로는 나이가 들어 혼자서는 생활하기 어려운 때가 오고 주위로부터 도움을 받아야만 한다.

국가나 사회는 장애인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권리보장을 고민해야 하며 이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되새겨 보는 말이 있다. '장애인이 편하면 모두가 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