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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권-북구청장 4년 업무수행, 나의 별점은?-20220623 경상일보



▲ 이동권 울산 북구청장


약속장소에 도착한 지인이 방금 타고 온 택시의 기사님에게 별점을 줘야 한다며 자리에 앉기도 전에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기사님이 친절했는지, 택시의 청결상태는 좋았는지 등을 체크하고 택시 기사님이 퍽 마음에 들었었는지 별 5개를 누르고는 자리에 앉았다.


배달 앱에서도 음식점에 대한 평가를 별점으로 하고, 가전제품 AS 신청을 하면 집으로 찾아 온 기사님에게도 별점을 주고 평가를 한다. 소비자를 대상으로 높은 별점을 달라고 광고도 하고 감정에 호소도 한다. 그야말로 별점시대다.


지난 4년 구청장으로 재임한 내게는 어떤 별점이 주어질까. 과연 나는 스스로에게 몇 개의 별을 줄 수 있을까.


4년, 길지 않은 시간이었다. 되돌아 보면 아쉬움도 있다. 30년이라는 긴 공직생활을 마무리하고 청와대에서 퇴직할 때도 아쉬움은 있었으니 아쉬움과 시간의 상관관계는 없는 듯 하다. 4년 전 고향발전에 힘을 보태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구청장에 도전했고, 그렇게 앞만 보고 내달렸다. 낙후돼 있는 고향의 모습이 안타까워서 하고 싶은 일도, 해야 할 일도 많았다.


북구는 비교적 짧은 역사 탓에 도시기반시설은 턱없이 부족하고, 도시개발 과정에서의 민원과 갈등도 이어지는 곳이다. 도시를 균형 있게 발전시켜 나가면서 민원을 해소하고 갈등을 조정하는 지자체장의 역할이 어느 곳보다 중요한 도시라는 말이기도 하다.


지난 4년 동안 민원과 갈등 해결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직접 현장을 찾아가서 눈으로 보고 확인했다. 옳고 그름을 떠나 이해관계인의 목소리를 경청했다. 그것이 구청장이 해야 할 일이었다.


행정과 민간이 합심한 덕분에 굵직한 사업과 시설물을 유치할 수 있었다. 지역 대기업에서는 주민들을 위해 기꺼이 사회공헌사업에 앞장서 주었다. 코로나19로 대한민국 모두가 힘들 때 직원들은 자신의 일상을 양보하고 길고 긴 싸움에 매달려 줬고, 주민들도 방역대책에 협조를 아끼지 않았다.


돌이켜 보니 많은 일들이 있었다. 하나하나 모든 성과들을 나열할 수 없지만 분명 북구는 바뀌어 갔다.


그러나 여전히 도시기반시설은 부족하고 주민들은 다른 구·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감을 느낀다. 북구 미래를 위해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정당과 이념을 떠나 북구 구정을 맡는 누구라도 지속적으로 이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북구는 4년 마다 다른 정당에서, 다른 정치인이 구정을 이끌게 되면서 어느 곳보다 정치적인 영향을 많이 받았다. 혹자는 이 같은 상황 때문에 북구 발전이 더디다고 말하기도 한다.


정치와 행정은 본질적으로 주민의 삶을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래서 정치와 행정은 다르지 않고, 어떤 정당에서 어떤 정치인이 구정을 맡더라도 목표는 하나, ‘주민 삶의 질 개선’이여야 한다. 민선8기에서도 공공의료원 조기 설립과 정원도시 조성, 철도 유휴부지 활용 등 중장기 사업이 계속 이어져야 하는 이유다.


이제 지난 4년의 많은 성과와 아쉬움을 뒤로하고 북구를 사랑하는 주민의 한사람으로 돌아가려 한다. 고향의 변화상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지난 행정경험을 바탕으로 북구 발전을 위해 봉사하며 힘을 보탤 것이다.


구청장으로서 역할은 끝나겠지만, 필자가 또 가야 하는 길이 있으니 미련은 없다.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는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이란 시에서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했노라고 그래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라고 읊었다. 누구나 살면서 선택의 기로마다 수없이 고민하며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진다. 4년 전 북구청장이라는 새로운 길을 선택했던 것 처럼 나는 또 다시 내가 가야 하는 길, 그리고 가보지 않았던 길을 묵묵히 걸어 갈 것이다. 지난 4년 구정활동에 별 5개 중 3개를 스스로에게 줘도 되지 않을까. 나머지 별 2개에는 아쉬움을 담으며 스스로의 별점을 매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