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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봉-지방분권 실현의 '골든아워'-울산매일20190410

 

2014년 한 건의 보고서로 인해 일본 열도가 충격에 휩싸였다. 문제의 발단은 마스다 히로야 전 총무상이 작성한 일명 마스다 보고서때문이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내 기초 자치단체 가운데 절반인 896곳이 40년 내 소멸 가능 도시로 꼽혔다. 그 근거로 일본 도쿄가 마치 블랙홀처럼 인구를 빨아들이는 반면 출산율은 지방도시에 비해 현저히 낮아 전체 인구 감소를 부추기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결국 지방의 인구 유출로 인한 자치단체가 소멸하고 이는 곧 중심도시 도쿄의 소멸과 나아가 일본 국가 전체의 소멸로 이어진다는 것이 보고서의 핵심이었다. 일본은 마스다 보고서 쇼크 직후 저출산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인구와 지방정부 회생을 최우선 정책과제로 삼아 지금까지 추진 중에 있다.

 

우리나라 역시 이 같은 문제를 이웃나라의 문제로만 간과할 수 없는 현실이다. 대한민국 국토면적의 10% 내외에 불과한 서울과 수도권에 인구의 절반이 몰려있고 국내 1,000대 기업 본사의 74%와 전국 20(국민이 인식하고 있는)주요 대학 80%가 집중되어 있다. 서울과 수도권으로 인구가 몰려들다 보니 행정, 경제, 문화, 교육, 주거환경 등 각종 사회적 인프라가 집중되고 이는 다시 지방으로부터의 인구 유입을 낳는 악순환을 반복하며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있는 실정이다. 이 상태라면 향후 30년 내 전국 시군구의 30%, 읍면동 40%가 사라질 위기라는 것이 상당수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속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연방제에 준하는 강력한 지방분권실현이 이제 지방정부로서는 생존그 자체가 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지방분권 및 균형발전 로드맵이 가시적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어 기대와 함께 우려 또한 높은 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 지난해 국회가 지방분권형 개헌 발의 권한을 스스로 포기함으로써 정작 국민들로부터 위임받은 권한과 책임을 소홀히 해 직무유기를 했다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지방자치 관련 현행 헌법의 문제점은 자치입법권의 지나친 제약과 지방 재정문제에 대해 법률이 특별히 보장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헌법이 중앙집권적 구조를 정당화하고 있는 셈이다. 개헌을 통한 실질적 지방자치제 실현이라는 국민적 바람에도 불구하고 정작 정치권은 이를 외면했다.

 

지방자치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지방의회 입장에서도 현 상황은 힘들기만 하다. 지방의회의 가장 큰 권한이 조례 입법권인데, 현실에서는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주민 자치와 복리에 관한 실질적 사항을 지방의회가 정한다고 하더라도 이에 수반되는 국가예산에 대해 지방의회가 개입할 수 없기 때문에 자연히 관련 조례 제정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자치입법권, 자치재정권이 지방정부에 조속히 이양돼야 한다.

 

지방분권 개헌 논의 무산 이후 최근 거론되는 내용이 바로 지방일괄이양법이다. 지방일괄이양법은 66개 법률에 담긴 19개 중앙부처 571개 중앙정부사무를 지방정부로 이양하는 것이 핵심골자다. 이 법은 과도한 중앙권력으로부터 지역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막을 제도적, 법률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으로 지역 스스로 존립에 필요한 권한 중 중앙에 잘못 주어진 것을 돌려놓겠다는 취지다. 이러한 지방일괄이양법의 국회통과는 정치권의 의지에 달려 있지만 조속한 통과는커녕 원안마저 크게 훼손될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국회의원들이 당리당략 등을 이유로 지방일괄이양법을 옥죈다면 지방에서 할 일은 분명해진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 주민들이 가진 주권인 표로 이들에 맞서며 민심을 보여줄 수밖에 없다. 지방의 소멸은 서울과 수도권의 부담 가중으로 이어지는 것이 자명하고 결국은 국가소멸이라는 참담한 결과를 낳을 수 있음을 명심해 하루 빨리 죽어가는 지방정부를 살리기 위한 심폐소생에 나서야 한다. 지금이 대한민국 지방분권실현의 골든아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