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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경-도시디자인의 질은 정치력이 좌우한다-울산광역매일20200203

도시디자인의 질은 정치력이 좌우한다

울산광역매일 2020.02.03

 

 

▲ 강혜경 중구의회 의원    

전문가들이 도시디자인을 얘기할 때 항상 언급하는 도시 가운데 특히 스페인의 빌바오, 브라질의 꾸리찌바, 일본의 요코하마 등이 자주 거론된다. 이들 도시가 도시디자인으로 세계적 유명세를 얻게 된 배경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지방수장의 소명의식과 추진력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개인 사업장이나 주택이 아닌 도시를 만들고 정비하는 일은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단기간에 그 성과가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도시들을 살펴보면 스스로의 역사적 책무를 잘 알고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면서 도시발전을 이끌어온 수장이 있었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요코하마의 경우 현재도 유명한 `미나토 미라이 21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이 사업은 일찍이 1963년에 시장으로 당선되어 1978년까지 연임한 아스카타 이치오(飛鳥田一雄)가 시작했다.

 

그는 시정을 혁신적으로 이끌었는데, 난개발로 몸살을 앓던 요코하마는 도심부 강화사업, 수변 매립, 항북 뉴타운 사업, 간선도로망 확충, 지하철 건설, 베이브릿지 건설 등의 6대 사업을 통해 재생을 시작했다. 그를 이어 1979년에 시장이 된 사이고 미치카즈(細鄕道一)도 정치적 성향이 서로 정반대였음에도 전 시장의 사업방향을 이어서 추진한 결과 현재의 요코하마가 만들어졌다. 그들은 정상조업 중인 미츠비시 조선소를 들어내고, 옛 항만을 친수공간으로 바꾸었으며, 계획 중인 도심 고가 고속도로를 지중화하는 등 요코하마의 미래를 내다보고 근본적인 틀을 바꾸어 나갔다.

 

시장은 전문 정치인이었지만 시장 직속으로 기획실을 두고 여기에 전문가들을 배치시켜서 세로형 행정조직을 극복하면서 요코하마의 청사진을, 그리고 또 도시의 미래를 바꾸어 나가는 프로젝트를 하나하나 완성시켜 나갔다.

 

그 결과 1990년대가 되자 요코하마는 그 모습을 일신하면서 세계적 도시로 탈바꿈했다. 한편 브라질의 꾸리찌바는 특히 버스 중심의 대중교통망과 녹지로 유명하다. 건축전공자인 하이메 레즈네르 시장은 1968년에 승인된 그의 `쿠리찌바 종합계획`을 통해 도시의 무분별한 확장을 거부하고 저비용 고효율의 대중교통망 정비를 목표로 간선급행버스 중심의 도시정비를 실현시켰다.

 

서울시의 버스중앙차로제가 이 도시를 참조한 사실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 지하철 건설비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도로건설비를 감안하면 중앙차로를 달리는 장대형 버스 도입으로 정시성과 정속성은 물론 수송용량까지 확보한 꾸리찌바의 전략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 특히 승차 방식 또한 튜브형 장류장을 만들어 지하철처럼 미리 요금을 내도록 해서 주행시간을 단축시키고, 운전기사의 업무를 경감시키는 혁신적인 제도를 창안했다.

 

그 외에도 1인당 54㎡의 넓은 녹지와 보행자 전용 공간 조성, 박물관 건립, 강철 파이프로 만든 오페라하우스, 24시간 세계의 음식을 즐길 수 있는 `24시 거리`, 등대를 본 딴 작은 도서관 등은 꾸리찌바의 자랑이자 다른 도시의 벤치마킹 대상이다. 이 도시의 눈부신 성과 이면에도 역시 자기 철학과 역사적 책무를 묵묵히 실천한 시장의 리더십이 있었고, 또 도시계획과 디자인을 총괄하는 전문가 조직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스페인의 빌바오도 도시재생으로 유명한 도시다. 알려진 것처럼 빌바오는 인구 35만의 공업도시로 조선, 철강업 등이 성했지만 산업 공동화로 위기를 맞았고, 도심을 흐르는 네르비온 강이 범람하는 대홍수 등을 겪으면서 급속히 쇠퇴했다.

 

그러다가 1990년대 이후 공장 이전 부지 재생, 수변 정비 등을 통해서 유명한 구겐하임미술관 유치, 국제회의장 및 콘서트 홀 건립, 교량 재생, 트램 도입 등의 투자를 통해서 서비스 도시로 탈바꿈했다. 이들 프로젝트는 정부와 자치단체가 공동출자한 `빌바오메트로폴 30`, `빌바오 리어 2000` 등의 단체가 설치되어 담당했다.

 

물론 빌바오도 당시의 이븐 알레소, 이니야키 아스쿠나 등의 시장과 이들이 속한 바스크 민족주의 당이 정치적 역할을 다했다. 이들 세계적인 디자인 도시를 살펴보면, 시장의 리더십과 활성화된 전문가 조직이 있었고, 시장이 속한 정당은 물론 정치적 입장을 달리하는 정당도 지역발전을 위한 노력만큼은 함께 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세로형 조직 중심의 행정체계와 부족한 전문가, 단체장의 철학이 부재한 우리의 현실을 생각해 보면 작금의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어디로 가고 있으며, 울산의 미래 청사진은 과연 무엇인지 시원한 대답을 해 줄 사람이 있기는 할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