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혜경-종이신문의 존재이유-20201112 울산제일일보

  • 게시자 : 울산시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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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일 : 2021-01-20 10:19:09


△강혜경 울산광역시 중구의회 행정자치위원장

종이신문은 언제까지 존재할까, 갑자기 궁금해졌다. 반대로 종이신문은 언제 생겼을까. 인터넷을 뒤져보니 로마시대부터라 한다. 기원전 59년에 로마인들이 일간신문을 만들어 공공장소에 벽보처럼 붙였다고 하니, 가끔 뉴스 화면에 등장하는 평양사람들 신문 보는 장면이 떠오른다. 서기 700년경에는 중국에서 나무활판을 이용해 관보를 제작했고, 가동활자가 발명되면서 1605년경 독일에서 처음으로 제대로 된 신문이 발행되었다고 한다. 지금부터 415년 전이니 놀랍다.

우리나라는 1883년에 한성순보가 처음 나왔지만 순 한문에다 열흘에 한번 나오는 정부공보지 성격이었다. 이로부터 13년 후인 1896년에 일반백성을 독자로 하는 독립신문이 세상에 나왔다. 이때로부터 다시 124년이 흐른 지금, 신문은 언론매체 역사상 일찍이 없었던 시련기를 맞고 있다.

언론을 둘러싼 작금의 환경을 계절에 빗대어 말하자면 매서운 겨울 같다. 언론세계가 겨울인 것은 SNS 시대가 열렸기 때문이지 언론 자신이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겨울과 같은 엄혹한 환경을 만든 책임이 언론에 있지 않다 해서 언론을 둘러싼 겨울 살풍경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생물계에서 ‘적자생존’, ‘자연도태’ 등의 진화이론이 있듯이 신문 역시 급변하는 세계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의 위험이 높아진다.

지금의 언론, 그 가운데 신문은 세상에 진정 어떤 모습으로 비치고 있을까. 2000년대 이후 인터넷이 일반화되고 뒤이어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면서 신문은 속도경쟁에서는 가장 뒤처지는 매체가 되었다. 400년 전 활자라는 신병기로 무장하고 나와 세상을 호령해 왔으나, 문자는 그대로인데 활자는 이미 사라졌다. 사실, 스마트폰 위에서 뉴스가 동영상으로 흐르는 지금 여전히 활자판 시대의 모습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신문 최대의 약점이 아닐까 싶다.

그럼 신문은 강점이 없을까. 인류문명이 제대로 일어선 것은 앞 시대의 지식과 기억이 인간의 죽음과 함께 사라지지 않고 후대로 이어져가면서부터다. 인간의 지식과 기억이 홍수처럼 쏟아져 강물처럼 흘러가버리는 지금, 신문만이 정제되고 검증된 뉴스를 생산하고 저장해서 다음 세대로 넘겨줄 수 있다. 그렇다면 신문은 어떻게 변해야 할까. 경쟁력 없는 뉴스 속도 경쟁을 버리고, 심층분석 기사를 더 많이 내보내야 한다. 1회성 기사가 아니라 연속보도를 하고, 한번 시작하면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

신문이 이 시대가 요구하는 모습으로 바뀌기만 하면 분명 가장 지속가능한 뉴스매체로 남을 것이다. 지금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영상은 직관으로 바라보고, 금방 사라진다. 문자는 영상이나 그림보다 인간의 상상력과 사고력을 이끌어주는 힘이 훨씬 강하다. 여기에 심층분석 기사가 더해지고, 그 기사가 역사로 기록될 수 있도록 기사의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

신문방송학은 물론 사회학, 정치학, 역사학, 도시학, 광고학 등 수많은 분야의 연구자 가운데는 신문을 연구자료로 쓰는 이가 많다. 문자와 그림은 디지털파일 용량도 극히 작다. 이런 관점에서 시대를 넘어 인간의 이야기를 제대로 정리할 수 있는 유일한 매체가 신문이라는 생각이다. 신문이여, 시대의 변화를 읽고, 스스로의 갈 길을 잘 찾아주기 바란다.

창간 13주년을 맞은 울산제일일보는 아직 소년기이지만, 신문 환경은 한겨울이다. 어려운 여건을 잘 극복해서 세상을 일깨우는 신문, 특히 이 시대 울산을 제대로 취재하고 분석해서 다음 세대의 귀감이 되는 기사를 문자기사로 오래 오래 남겨주기 바란다. 울산제일일보 창간 13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