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언-재분배 효과 더 큰 ‘보편적 복지’-20200904 경상일보

▲ 이주언 울산 북구의회 의원
연초부터 뜻하지 않게 불어 닥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많은 시민과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이 큰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는 경제적 어려움과 경기 침체 국면을 막기 위해 지난 5월부터 한시적이나마 전 국민을 대상으로 긴급재난지원금을 지원했다.
이 지원금은 신종코로나 확산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등으로 경제적 타격을 입은 국민들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것으로 선불카드, 신용카드 포인트, 지역상품권 등의 형태로 지난 5월13일부터 전 국민에게 지급됐고 8월말로 종료됐다.
대한민국 경제 전반에 이렇게 큰 규모의 경제 정책과 시도는 아마도 처음이었을 것이다. 다행히 내수 소비시장이 전 분기에 비해 상승한 것이 통계적으로도 증명되는 등 정책은 소기의 성과를 냈고, 지금 다시 한 번 긴급재난지원금 지원이 적극적으로 회자되고 있다.
지난 8월15일 광화문 집회에서 무책임한 일부 교회가 비상식적인 행동을 진행하면서 신종코로나 확진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거리두기가 강화되고 소비심리가 급격히 위축됨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이번에도 전 국민을 대상으로 보편적 복지를 해야 한다는 의견과 특정계층을 위한 선별적 복지를 해야 한다는 두 의견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물론 예산의 확보, 재정의 건전성도 중요하고 어려운 계층을 살려내고 돕자는 목표를 두고 지원하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하기에 필자는 두 주장에 대해 충분히 논의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 정책을 통해서 모든 국민들이 인간다운 생활을 유지하고 국민들의 생활수준을 보장하는 국가를 복지국가라 칭한다. 우리는 그 선진 복지국가들 중에서 획기적인 복지 발전을 이룬 스웨덴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스웨덴 경제학자 발테르 코르피는 ‘재분배의 역설’을 주제로 한 논문에서 서구사회에서 광범위하게 진행됐던 여러 복지정책의 결과를 알려주고 있다.
코르피는 저소득층에게 선별적 복지를 집중하는 나라일수록 오히려 저소득층에게 돌아가는 재분배 금액이 줄어든다고 설명한다. 가난한 사람에게 선별적으로 금전을 더 주면 그들이 혜택을 받는 게 상식적이지만, 자신이 낸 세금의 혜택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중산층이 반발하면서 조세 저항이 심화하고 경제가 성장하더라도 정부가 재정 마련에 곤란을 겪게 됨에 따라 가난한 이들에게 더 많은 복지를 제공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증세동맹을 꼽을 수 있다. 증세동맹이란 세금을 많이 낼수록 그 혜택이 반드시 본인에게 돌아간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것이다. 내가 낸 세금에 비해 훨씬 많은 복지 혜택을 받는다면 당연히 세금을 많이 낼 것이라는 논리에서 나온 용어다.
이는 오늘날 스웨덴이 복지국가의 기틀을 마련한 이론이며 개인적으로 동의하는 내용이다. 그래야만 모든 국민이 조세저항 없이 기꺼이 세금을 낼 것이고 이는 저소득층에게 더 많은 복지혜택으로 돌아가게 할 것이다.
우리가 희망하는 복지정책은 취약한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선별복지를 하는 게 아니라 모든 국민에게 평등하게 혜택을 제공하는 보편성을 가져야 한다.
선별적 복지로 저소득층에게만 주로 혜택을 제공한다면 고소득층과 중산층은 복지 혜택에서 제외될 것이라고 우려해 조세 저항과 복지정책을 거부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고 결국 복지비용을 줄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대부분의 계층이 혜택을 보기 때문에 소득층의 구분없이 복지정책을 지지하는 보편적 복지를 하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신종코로나로 대부분의 시민들이 사회적 거리를 두느라 힘들어 하는 상황에서 긴급재난지원금 지원 여부 및 방법을 두고 많은 의견이 오가고 있다.
증세동맹을 통해 세금을 내면 자신에게 복지혜택이 반드시 돌아온다는 확신을 충분히 줄 수 있는 보편적 복지에 대해 충분히 토론을 진행하고 정책으로 적극 연결할 수 있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