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봉-‘덕분에’란 찬사와 ‘때문에’란 원망 사이-20200911 울산매일

  • 게시자 : 울산시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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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일 : 2021-01-20 09:51:17

코로나19 2차 대유행 우려되는 심각 상황

의사단체, 의대정원 늘리겠단 정책에 파업

이익vs정책 이견 접고 위기 극복 힘 모아야


△신성봉 울산 중구의회 의원/역사학 박사


국내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진자가 2만명을 넘어섰다.

코로나19 청정지역으로 불리던 우리 울산 역시 전국적인 확산세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총 확진자수가 100명을 넘어서며 시민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적으로 85만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코로나19 바이러스는 21세기 전 인류에게 가장 위협적인 존재로 각인되며 경제와 사회, 문화 등 전 분야에 걸쳐 심각한 타격을 입히고 있는 모양새다.


대한민국은 지난 수개월 동안 정부의 효과적인 방역과 국민들의 적극적 참여, 그리고 목숨을 담보로 한 의료진의 희생 덕분에 전 세계에 ‘K-방역’이라는 신조어까지 낳으며 모범적인 감염증 관리 국가로 인정을 받아왔다. 비록 일부 비이성적인 종교집단과 극우보수 집단의 무책임한 행위로 인해 코로나19 확산세가 전국적으로 이어지면서 국민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지만 우리 국민들은 이 또한 이겨내리라는 믿음과 희망을 간직하고 있다. 감염병과의 전쟁을 이겨낼 것이란 국민적 염원의 이면에는 그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생명을 우선시하는 의료진들의 사투가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이러한 믿음에 심각한 균열이 발생했다. 코로나19의 2차 대유행이 우려되는 심각한 상황에서 의사단체는 의대정원을 조금 늘이겠다는 정부정책에 반대하며 지난달 21일 ‘파업’을 강행했다.


1994년부터 2020년까지 인구는 16% 증가하고 의대 입학정원은 6% 감소했다고 한다. 지방에는 의사 부족으로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지역 간 불균형을 해소하고 모든 국민에게 양질의 의료 서비스 제공을 위해 의대 정원을 조금 늘이겠다는 정부정책이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파업을 해야 될 정도로 잘못된 정책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응급상황 속에서 진료해줄 의사가 없어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 결국 생을 마감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했을 땐 한때 영웅이라 칭했던 의사들에게 배신감마저 안겨주기 충분했다. 비록 정부와 정치권, 의사단체가 쟁점이었던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등에 대해 원점에서 재 논의키로 하는 타협안을 이끌어내며 보름여 만에 의사단체 파업사태가 일단락됐지만‘상처뿐인 영광’이란 비판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의사들에게 무조건적인 희생만을 강요할 순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의사면허는 생명을 살리라는‘활인(活人)’의 고귀한 정신을 담아 국가가 인정해 주는 유일무이한 권한이다. 이러한 막중한 권한에도 불구하고 고귀한 생명을 담보로, 그것도 무시무시한 바이러스가 창궐한 시기에 강행한 파업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면허의사를 배출한 곳은 1908년 설립된 우리나라 첫 서양식 병원이던 제중원(濟衆院)의학교라고 한다. 22년만에 조선인 의사 7명을 배출한 에비슨 박사가 그들에게 장래계획을 묻자 학생들은 “의술로 돈을 버는 것도 좋지만 학교에 남아 후배를 가르치겠다”고 했다. 이에 에비슨 박사는 의사를 양성한 줄 알았더니 참다운 인격을 배출했다며 흡족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굳이 수천 년 전 고대 서양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내세우지 않더라도 불과 100년도 지나지 않은 제중원의 우리나라 첫 의사들의 사람을 향한 그 따뜻한 마음씨야말로 이 시대 의료인들이 가져야할 가장 기본적인 양심이다.


코로나19에 국민들의 피로도는 극에 달하고 있다. 끝을 알 수 없고 누구도 바이러스로부터 안심할 수 없다는 불안이 공동체 사회 전체를 곤혹으로 내몰고 있다. 코로나 비상시국에 한 사람이라도 더 지켜내겠다던 의료인들에게 우리 국민들은 고마움과 존경의 작은 마음을 담은 수어로 전하며 ‘덕분에’캠페인은 펼쳐온 지 불과 반년도 지나지 않았다.


의료인을 향한 ‘덕분에’라는 고마움과 찬사가 ‘때문에’라는 비난과 힐책으로 바뀌지 않도록 의사단체가 스스로가 자성을 해야 할 때다. 코로나 제2차 대유행의 변곡점에 선 지금, 기댈 곳은 우리 자신뿐이다. 국민도, 공무원도, 정치권도, 의료계도 바이러스를 함께 이겨내야 할 공동체의 일원이다. 지금은 사소한 이익과 정책적 이견 따위는 잠시 접어두고 다함께 위기 극복에 힘을 모아야 한다. 늦었지만 제자리로 돌아온 의사들이 이제부터라도 국민들과 함께 바이러스와 이길 수 있는 싸움을 해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