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혜경-울산 중구 구도심의 미래-20201014 울산광역매일

▲ 강혜경 울산 중구의회 행정자치위원장
서울에 `경리단길`이 있다면 경주에는 `황리단길`이 있다. 황리단길의 본명은 `포석로`다. 경주 구시가지에서 내남을 거쳐서 언양으로 이어지는 옛 도로다. 최근 들어 딸 아이와 두어 번 이곳을 찾았다. 방문 시기가 별로 벌어지지도 않았는데, 포석로는 차량 통행이 일방통행으로 바뀌면서 도로 모습도 달라져 있었다.
코로나19 사태도 무색하게 추석 연휴에 찾았을 때는 대낮부터 주변 일대의 정체가 심했고, 고분공원 주변 전역에서 주차전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포석로 좌우의 황남동과 사정동 일대는 1950년대 이후에 개발된 곳으로 차량 통행이 불가능한 좁은 골목길과 허름한 한옥이 대부분이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 도로 좌우에는 점치는 집이 많아서 대나무와 오색천이 휘날리는 등 풍경이 을씨년스러웠다. 그런데 이렇게 달라졌다. 짧은 기간에 황리단길이 바뀌고, 핫 플레이스로 떠오른 원인은 무엇일까.
첫 번째는 2011년에 제정된 고도보존 황남동의 풍경을 바꾸어 놓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법은 기존의 문화재보호법과 달리 고도로 지정된 경주, 익산 등에 대해 역사문화환경 보존지구 지정을 통해서 주거환경 개선, 한옥단지 조성 등의 사업을 할 수 있게 하는 등 매수청구와 주민지원, 이주대책 등을 가능하게 했기 때문이다.
변변한 한옥도 없던 황남동 일대에 한옥만 지을 수 있게 제도가 시행되면서 결과적으로 타 지역과 차별화되는 황리단길만의 독특한 도시풍경이 갖추어지게 된 것이다. 두 번째는 SNS다. 굳이 BTS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SNS는 기존의 공중파와 언론매체에 의존할 필요 없이 각 개인이 직접 정보를 발신하고 소통하기 때문에 대중의 관심을 받기 시작하면 그 흐름은 인위적으로 조절하기 힘들만큼 거세다. 경주 황리단길이 핫플레이스가 될 수 있었던 것은 황남동의 한옥을 알려준 SNS덕분이다.
그런데 황리단길의 융성은 언제까지 갈까. 정확한 판단은 어렵지만 `00리단길`의 효시인 경리단길이 걸어온 길을 보면 다소간 판단에 도움은 될 듯하다. 다만, 황리단길은 `경주`라는 강력한 브랜드와 함께 타지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한옥마을`이라는 포장재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그 수명은 더 길어질 듯 하다. 황남동 일대가 1종 주거지역이고 한옥을 주축으로 한 역사문화환경보존지구이기 때문에 대규모 점포가 들어올 수 없는 점도 이곳의 수명 연장에 분명 도움이 될 것 같다.
아무튼, 서울의 경리단길은 지금 쇠퇴기다, 쇠퇴의 주요인은 높아진 임대료다. 이 때문에 기존의 소규모 가게가 밀려나면서 지금은 빈 점포가 늘어나고 있다. SNS로 떠 올랐던 경리단길은 2015년을 정점으로 지금은 내리막길이다. 이처럼 상권도 상품처럼 소비주기가 짧아지고 있다. 이런 현상을 설명할 때 등장하는 단골 용어가 `젠트리피케이션`이다.
이 용어는 도시 환경의 질이 높아지면 중ㆍ상류층이 유입되고, 이로 인해 주거비용이 상승하면서 비싼 월세 등을 감당할 수 없는 원주민들이 다른 곳으로 밀려나는 현상을 말하는데, 본래 신사 계급을 뜻하는 `젠트리`에서 파생된 말이다. 원래는 낙후 지역에 외부인들이 들어와 지역이 활성화되는 현상을 뜻했으나 최근에는 외부인이 유입되면서 본래 거주하던 사람들이 다른 지역으로 밀려난다는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고 있다.
이렇게 경리단길을 만들었던 공로자인 초기 점포주들이 비싼 임대료로 밀려나면서 젊은이들도 점차 발길을 돌리게 되었고, 이런 변화는 SNS를 타고 고스란히 퍼져나가면서 인기를 잃어버리게 되었다. 그러면 울산중구 구 도심지역의 운명은 어떨까. 강력한 기회 요인이 있기에 긍정적이다. 10년 이상 끌어온 북정동과 복산동 재개발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른 만큼 구도심 배후지에 고급 주거지를 갖추게 되었다.
시립미술관 건립이 본격 추진되고 있고, 문화의 거리 일대에는 CGV를 비롯해서 특징있는 민간 상가건물이 하나둘 들어서는 등 민간투자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강점은 과거의 약점에서 찾을 수 있다. 좁은 골목길과 노후 건물이 가득한 구도심이 이제는 새로운 비즈니스의 산실이 되고 있다.
삼산 신시가지와 비교해서 비교적 적은 투자로도 사업발굴이 가능한 반면, 대규모 재개발은 하기 힘든 구조이기 때문에 도시구조를 보존할 수 있다. 태화강과 접하고 있는 것도 강점이다. 생태, 도보, 체험, 오래된 것과의 소통, 신구의 조화 등 획일적이고 무미건조한 신시가지에서는 찾을 수 없는 것이 가득한 곳이 바로 구도심이다.
그러나 울산 중구 구도심은 경리단길이나 황리단길과는 여건이 다르다. 중구의 특징과 강점을 잘 지켜나가면서 새로운 기회를 받아들일 때 100년, 200년 지속가능한 구도심 상권의 본격적인 재도약은 시작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