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봉선 - 3.1운동 100주년, 평화의 바람 희망의 물결-20190219 경상일보
[기고]3·1운동 100주년, 평화의 바람 희망의 물결
▲ 유봉선 울산 동구의회 의원
“우루산 코이키시 히가시쿠 기카이(うるさん こういきし ひがしく ぎかい)”.
얼마 전 오랜 기간 일본에 거주하고 있던 지인과 해후했다. 서로 주고받는 근황에 명료하게 답하고자 의원 명함을 건네었다. 앞뒤로 명함을 살피던 지인의 혼잣말이다. 이 말은 ‘울산광역시 동구의회’라는 뜻이라고 한다. 순간 소름이 돋았다. 어쩌면 필자는 ‘동구의 의원’이 아닌 ‘히가시쿠의 의원’이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기 때문이다.
지인과 함께 대왕암공원을 걸었다. 아직 날씨가 쌀쌀하지만 공원에서 만난 사람들의 일상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평온하기 그지없다. 물론 각자 마음속에는 크고 작은 아픔과 시련이 있겠지만 당장 눈앞에 보여지는 풍경은 평화롭기만 하다.
하지만 평온과 평화가 어디에서 깃들어온 것인지 우리는 잘 알지 못할뿐만 아니라 쉬이 자각하지 못하고 바쁜 생을 살아간다. 평범한 일상이 무너지는 순간이 되어서야 지금껏 누려온 평온과 평화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비로소 깨닫게 된다.
필자가 일상에서 누리고 있는 그리고 명함 한 장을 건네며 순간적으로 상실했던 평온과 평화는 어디로부터 연유한 것일까? 그 답은 필자를 과거로 데려다 놓는다. 1919년 우리 민족은 일본의 잔인한 제국주의에게 강제로 조국을 빼앗기고, 고유문화와 정신까지도 말살 당할 위기에 처하게 된다.
선조들은 소중한 일상이 무너지는 순간에도 비굴하게 굴복하지 않고 저항했다. 3·1운동이 촉발되었고 전국에서 지속 다발적으로 자주독립을 쟁취하고자 저항운동이 이어졌다. 시련과 고통의 시간을 이겨내고 마침내 1945년 8월 빼앗긴 주권을 되찾게 되었다. 이것은 필자가 ‘히가시쿠의 의원’이 아닌 ‘동구의 의원’이 된 연유이기도 하다.
학교 다닐 때 역사를 왜 배우는 것인지 미처 깨닫지 못하였다. 삶의 경험과 기록이 점점 늘어나면서 역사가 주는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우리는 역사의 의미와 가치를 되돌아보며 현재 자신의 위치와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과 좌표를 잡게 되고,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달음은 물론 평온한 일상을 선사해준 역사적 사건과 인물을 만나 마주하게 된다.
필자는 지난 12일 개최된 제179회 울산광역시동구의회 임시회에서 ‘항일독립운동 기념에 관한 조례’를 대표발의 하였다. ‘히가시쿠의 의원’이 될 뻔한 위기의식이 조례를 발의하게 된 동기가 되었다.
울산 특히 동구는 지리적으로 일본과 가깝고 일제의 군사·경제적 수탈의 전략지로 활용되어 지역 곳곳에서 일제에 대한 저항운동이 활발했을 것으로 유추된다. 일왕의 암살을 시도한 서진문 선생과 보성학교를 설립한 성세빈 선생이 대표적이다.
이번 조례는 이 같이 지역에서 발생한 항일독립운동의 역사를 재조명하고 아직 알려지지 않는 역사를 발굴하고 기념하자는 것이 주요 골자이다.
이와 더불어 올해는 일본제국주의에 저항한 3·1운동이 일어난지 100주년이 되는 뜻 깊은 해이다. 문재인 정부는 물론 울산시를 비롯한 전국의 여러 지자체에서 각각의 특성에 맞는 다양한 기념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국민 모두가 3·1운동의 의미를 기념하고 되새기는데 함께 동참하길 바란다.
국가적으로는 위대한 역사를 기리는 의미를 가질 것이며, 개개인에게는 삶을 살아가는 원동력을 찾는 뜻 깊은 기회가 될 것이다. 그것은 삶에 대한 성찰이자 관심이요, 헌신이자 고마움이 되어줄 것이다. 영광스러운 역사의 연장선에 서서 미래로 나아갈 100년을 다함께 그려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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