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안전보건연구원 전문의 부족 역학조사 인력 양성 비상

직업환경의학과 전공의 수련기관 지정취소 위기

2022년 이후 전문의 채용공고에도 응시자‘0명’

내년 2월까지 지도전문의 미충원 시, 연구원 수련의 임용 불가

김주영 의원“민간대비 낮은 급여 등 처우개선 시급”

산업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하 ‘연구원)’ 소속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가 모두 사직함에 따라 연구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직업환경의학과 전공의 수련기관’ 지정취소 위기에 놓였다. 역학조사 등 공적 역할을 수행할 전문인력 양성에 비상등이 켜졌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간사 김주영 의원(더불어민주당, 김포시갑)이 오늘(21일) 산업안전보건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연구원이 2026년 2월까지 전문의 2명을 채용하지 못할 경우 ‘직업환경의학과 전공의 수련기관’ 지정이 취소된다. 현재 남아있는 전문의가 없어 연구원의 수련기관 지정취소 사유는 이미 발생했지만, 정부 의료개혁 등에 따라 ‘취소’가 한시적으로 유예된 상황이다.

산재 역학조사를 담당하는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1987년 7월, 원진레이온 사건 등 직업병과 열악한 노동조건 문제가 드러나면서 정부의 효율적인 산업재해예방과 직업병 조사·연구를 위해 설립됐다. 이후 1994년부터는 역학조사, 특수건강진단 실습 등을 통해 공공영역에서의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를 양성하는 수련기관으로서 명맥을 이어오며, 연간 1명 이상 전문의를 배출해오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연구원 소속 직업환경의학 전문의가 모두 퇴사하면서 연구원의 ‘직업환경의학 수련기관’ 지정이 취소될 공산이 커졌다.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이하 ‘전공의법’) 제13조 및 같은 법 시행규칙 6조에 따르면 직업환경의학과를 수련 전문과목으로 하는 수련기관으로 지정받기 위해서는 1명 이상의 지도전문의를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연구원에 남아있는 지도전문의는 한 명도 없다.

다만, 정부 의료개혁 등에 따라 지도전문의 결원에 따른 ‘수련기관 지정취소’가 한시적으로 유예됐다. 이에 따라 연구원이 내년 2월까지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2인을 채용하면 수련기관 유지가 가능해지지만, 미충원 시 내년도 3월 1일 자로 지정이 취소된다.

연구원은 전문의 수급을 위해 지방(울산) 근무 단점을 보완하는 재택근무(사무실 주1회 출근) 등을 도입하며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2022년부터 올해까지 전문의 정기·수시 채용공고에도 응시자는 ‘0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수련기관 지정이 취소되면 연구원은 더이상 직업환경의학 전공의를 임용할 수 없고, 현재 연구원 소속 전공의들을 다른 수련병원으로 이동시켜야 한다. 당장에는 인력 유출이 생기는 셈이다. 이미 연구원은 전문의 결원에 따라 2명의 전공의를 한양대학교병원, 인하대학교병원으로 이동시킨 바 있다.

이뿐 아니라 연구원은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역학조사 등 공적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직업환경의학 전문인력 양성을 민간기관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다.

최근 업무상질병 산재의 비중이 커지고 직업성 암 등 산재 유형이 복잡·다양해지는 가운데 연구원의 전문인력 공백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 지난 5년간 연구원의 역학조사 처리기간은 제자리 걸음으로 2020년 441.4일에서 2021년 601.3일, 2022년 659.8일, 2023년 954.6일로 증가했다가 2024년 699.8일로 다시 줄었다. 하지만 올해 8월만 벌써 698일에 달한다.

야간노동자 등 특수건강검진 대상자 역시 늘어나고 ‘건강관리카드’ 대상자도 내년도부터 확대된다. 해당 검진은 직업환경의학과 의료진만 가능해 전문인력 공백이 산업안전보건체계의 전반적인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한편, 의사 확보 어려움의 원인으로 낮은 급여, 지방근무 등의 문제가 지적됐다. 지난 2023년 고용노동부가 학술연구용억사업의 일환으로 실시한 <역학(전문)조사 처리절차·업무량 분석 등을 통한 개선방안 연구>에서 역시 “민간기관에 비해 의사 인력의 연봉은 낮은 수준으로 인력 수급에 상당한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어 보수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고용노동부 연구용역 중 일부>

이에 김주영 의원은 “만일 수련기관 지정이 취소되면 인력 공백 문제뿐 아니라 역학조사 등 공적업무가 가능한 전문인력 확보에도 차질이 생기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하며 “현재 여건에서 연구원이 전문의를 확보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니만큼 임금 현실화 등 당장 개선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국회 차원에서도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