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현-자치경찰제와 권력 개혁-20201211 경상일보

▲김시현 울산시의회 의원
여·야가 합의한 경찰법 전부개정안이 12월9일 국회를 통과했다. 법제명 또한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로 바뀌게 된다. 검경수사권 조정에 따라 1차적 수사권이 경찰에게 넘어와 ‘국가수사본부’가 신설된다.
그러나 국가경찰과 자치경찰로 조직을 분리하는 이원화 방안은 수정됐다. 국가경찰과 지방경찰로 조직이 분리되면 국가경찰은 국가직 공무원으로 남고 자치경찰은 지방직 공무원으로 변경된다. 이에 대해 자치단체별 예산 차이에 따른 격차가 우려돼 경찰 내부의 반발이 컸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대규모 재정 투입이 이뤄지는 가운데 자치경찰본부나 자치경찰서를 신설하는 것도 국민의 부담이 커진다. 업무혼선이 클 수 있다는 반발과 우려가 있었다. 그리하여 조직은 그대로 두고 국가사무는 기존대로, 자치사무는 시·도지사 소속의 시·도 자치경찰위원회가 맡게 된다. 관계기관과 여·야는 개정 방안을 협의하고 ‘일원화 자치경찰제’ 형태로 개정할 예정이다.
울산처럼 산업도시 환경에 맞는 경찰력 편성이 가능해졌다. 행정자원을 치안행정과 연계해 시민의 요구를 반영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시민의 만족도는 결과적으로 투표로 평가받게 된다. 책임 지방자치에 더욱 다가선 것이다.
울산은 자치경찰제 TF팀을 구성해 자치경찰제 도입에 대비하고 있다. 도입부터 정착까지 변화하고 개선돼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다.
자치경찰제는 희미해져 가는 아픈 역사에서부터 시작된다. 일제 강점기를 끝낸 미군정 시대의 경찰력은 일제 강점기의 산물이었다. 순사라고 불리던 경찰에 대한 국민의 반감은 극에 달했다. 이를 개혁하기 위해 미국의 자치경찰 모델이 관구경찰제도로 시도됐지만 실패했다. 국립경찰로 이름만 바꾸고 ‘조선총독부 경찰체제’로 회귀한 것이다.
실패의 책임은 이후 세대가 지게 됐다. 정권을 위한 경찰력의 활용은 계속됐다. 선거 부정과 인권유린에 경찰력이 투입됐다. 독재·군사 정부에서 민주화의 바람에 앞장서지 못하고 당시 정권을 비호하고 반대 세력을 탄압하는 데 앞장섰다. 국민을 위한 경찰이 아니라 정권을 위한 경찰이었다. 개혁에 실패한 권력에 대해 정치적 중립, 민주성 강화, 자치분권 등 시대적 요구는 지루하게 논의됐다.
국민은 ‘권력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요구했고 이제야 국회는 응답했다. 실패에 대한 대가는 컸고 멈춰있던 변화는 시작됐다.
최근 대한민국은 권력 개혁에 대한 저항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사법 개혁, 검찰 개혁, 경찰 개혁 등 권력 기관에 대한 개혁의 저항은 필요성과 반비례한 듯하다. 권력을 분산시키고 견제하는 것은 국민의 권리이다. 특히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권한을 가진 권력 기관은 더욱 외면해서는 안된다. 그러지 않거나 못했을 경우의 만행은 역사가 기록하며 증명하고 있다. 과거를 청산하고 권력은 분산시키고 권한은 내려놓아야 한다. 그런데도 과거에 머물러 국민에 의해 선출된 권력의 통제를 거부하기까지 한다.
긍정적인 개혁과 변화는 우리의 지금과 미래의 그들을 위해서 책임지고 해내야 한다. 그것이 발전이고 역사가 될 것이다. 우리는 일제의 강제 점령에도 굴복하지 않은 민족이다. 군사독재의 탄압에도, 사법 농단에도 불의에 맞서 싸우며 힘의 논리에 길들지 않았다. 힘들고 지쳤지만 버티고 해냈던 기억을 되새겨야 한다. 지금의 저항에 침묵하고 관심을 멀리한다면 그 결과의 책임은 우리와 함께 미래 세대의 몫이 될 것이다.
급격하게 변할 것만 같았던 세상의 변화가 더디게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다르게 생각한다면 변하지 않을 것만 같던 세상은 분명히 변하고 있다. 우리는 변화를 만들기 위한 희생을 반듯이 기억해야 한다. 그 기억을 바탕으로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국가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으며 국민에게 나오지 않는 권력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가슴에 아로새겨야 할 것이다.